FEATURE · 기획
오카모토 노부아키, 무대 옆에서 노래를 잇는 일

노래를 부르는 사람과 그 노래가 들릴 자리를 만드는 사람은 서로 다른 일을 한다. 오피스워커의 오카모토 노부아키를 살펴볼 때 흥미로운 것은 그 두 자리를 모두 거쳤다는 점이다. 그는 밴드에서 드럼을 쳤고, 음반사에서 음악을 알렸으며, 이후 아티스트 매니지먼트를 맡았다. 무대 옆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을 이해할 실마리는 대표라는 직함보다 그 사이를 옮겨 다닌 경험에 있다.
SPICE의 2016년 인터뷰에는 그 과정이 구체적으로 남아 있다. 나고야에서 밴드 활동을 하던 그는 대학을 마친 뒤 가구 회사에 다니면서도 연주를 이어갔다. 기획사와 계약하며 직장을 떠났지만, 계약이 끝난 뒤에는 무대 위의 음악가로 생계를 잇는 길을 접었다. 이후 구인 정보를 보고 일본 크라운에 지원했다. 음악을 떠나는 대신, 음악 안에서 자신의 일을 바꾼 셈이다.
노래를 알릴 자리를 찾는 일
음반사에서의 경험도 한 장르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나고야에서 엔카 매장 행사를 진행한 뒤 록 밴드 공연장에서 CD를 판매하던 일을 회고했다. 도쿄로 옮긴 뒤에는 나이트메어의 홍보를 맡았다. 자신이 밴드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밴드를 곧바로 이해했던 것은 아니었다. 함께 움직이며 그들이 음악을 대하는 모습을 알아가는 시간이 뒤따랐다.
그 인터뷰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음악을 알리는 통로를 찾는 이야기다. 이미 익숙한 매체에서 기회를 얻기 어려울 때 다른 접점을 궁리한다. 어떤 무대에 서는지뿐 아니라, 아직 그 가수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에서 이름과 음악을 만나게 되는지도 음반을 알리는 일의 일부였다. 음악가 옆에 있다는 말은 이런 구체적인 고민까지 함께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공연을 끝까지 보게 만드는 순서
그런 고민이 하나의 행사로 펼쳐진 사례가 ‘쿠로페스’다. 오카모토는 같은 인터뷰에서 마츠자키 시게루의 활동 45주년을 계기로 기획한 축제의 과정을 설명했다. 음악 페스티벌과 텔레비전 예능 사이에서, 익히 얼굴을 아는 사람의 노래를 눈앞에서 듣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는 이야기였다. 출연자의 유명세를 모으는 일보다, 관객이 실제 공연에서 무엇을 만나게 할 것인지가 기획의 질문이 됐다.
그가 들려준 예는 추상적인 구호와 거리가 멀다. 모든 출연자에게 똑같은 길이의 무대를 주기보다 각 공연의 쓰임을 달리했고, 누구나 아는 곡 한 곡으로 등장하는 순서도 있었다. 인터뷰에서 그는 공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전한다. 이것이 모든 축제에 맞는 정답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오카모토가 상상한 관객 경험이 시간 배분이라는 실제 편성으로 옮겨갔다는 점은 분명하다.
음악가를 알리는 일과 공연의 순서를 짜는 일은 여기에서 만난다. 노래 한 곡으로 강한 인상을 남길 사람이 있고, 조금 더 긴 시간이 필요한 무대도 있다. 객석에서 무엇을 먼저 보고 무엇을 기다리게 되는지에 따라 같은 출연진의 공연도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출연자의 이름이 적힌 포스터 다음에 실제 관객의 시간을 생각하는 일이 남는 셈이다.
매니지먼트는 흔히 아티스트의 일정과 계약을 관리하는 일로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이런 사례를 따라가면 음악과 관객 사이의 만남을 설계하는 일도 보인다. 좋은 음악을 준비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음악을 처음 듣는 자리가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 누가 어떤 순서로 등장하고, 관객이 그다음 무대를 어떻게 기다리게 할지에도 누군가의 판단과 손길이 들어간다.
‘현장’이라는 말에 들어 있는 대화
오카모토는 사람의 생각과 바라는 것을 알려면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에게 현장을 본다는 것은 공연이 예정대로 열리는지 확인하는 일에만 머물지 않았다. 음악가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듣고, 함께할 일을 생각하는 과정까지 포함돼 있었다. 무대 뒤에 있는 사람의 일은 공연이 시작될 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공연이 준비되는 시간 속에 남는다.
그렇다고 이런 태도를 대표가 공연장에 얼마나 자주 나타나는지로만 가늠하기는 어렵다. 같은 장소에 오래 있어도 필요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할 수 있고, 짧은 만남에서도 다음 작업을 바꾸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오카모토의 회고에서 더 오래 남는 것은 직함의 거리보다 일을 함께하는 상대에게 관심을 두는 방식이다. 공연장에 있는 모습과 그가 인터뷰에서 설명한 대화를 함께 보면, ‘현장 중심’이라는 말이 조금 구체적인 행동으로 읽힌다.
음악가가 원하는 것과 관객이 공연에서 받아들이는 것 사이에는 늘 조정할 일이 있다. 새로운 노래를 오래 들려주고 싶을 때도 있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익숙한 곡부터 건네고 싶을 때도 있다. 매니지먼트가 그 대화를 함께한다면 무대는 한 사람의 감각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연주하던 시절과 음반을 알리던 시절을 모두 가진 오카모토의 경력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그 질문을 겪어온 시간으로 읽을 수 있다. 그것을 타고난 성향으로 요약하기보다 실제로 맡았던 일을 따라갈 때 인물이 더 또렷해진다.
숫자를 함께 보는 관계
그는 인터뷰에서 팬클럽 인원과 굿즈 판매, 관객의 지출 같은 숫자를 좋든 나쁘든 아티스트에게 전한다고 설명했다. 대화를 감정적인 격려에만 두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무대에서 받은 박수와 다음 공연을 준비하는 현실은 함께 놓여 있다. 좋은 반응이 있었던 날에도 지금의 활동을 계속하기 위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는 별도로 이야기해야 한다.
음악가의 바람을 듣는 일과 활동의 결과를 보여주는 일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하고 싶은 공연이 있다면 그것을 준비할 시간과 사람, 비용에 관한 이야기도 따라온다. 이때 숫자는 음악을 대신 평가하는 답안이 아니라 다음 일을 의논할 자료가 된다. 오카모토의 인터뷰가 전하는 매니지먼트의 모습도 그런 대화에 가깝다. 무대에 오를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 무대가 이어질 조건을 함께 살피는 일이다.
그의 경력을 따라가다 보면 무대 위와 무대 밖을 가르는 선은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 드럼을 치던 시간과 음반을 팔던 시간, 음악가와 다음 일정을 의논하는 시간이 한 사람 안에 이어져 있다. 대표라는 자리가 그 모든 경험을 지우지는 않는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다음 노래를 들려줄 방법을 궁리하는 사람이 무대 가까이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