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음악·음반
오피셜히게단디즘의 ‘115만 킬로의 필름’, 사랑을 편집하는 사람의 약속

노래방 번호
‘115만 킬로의 필름’은 함께할 일생을 한 편의 영화로 상상한다. 제목은 엄청난 길이를 제시하지만, 노래가 바라보는 것은 가까이에 있는 한 사람이다. 오래 사랑하겠다는 말에 카메라와 필름이라는 도구를 건네면서, 약속을 앞으로 계속해나갈 작업으로 바꾼다.
이 곡은 2018년 첫 정규앨범 《エスカパレード》의 첫머리에 놓였다. 후지하라 사토시가 쓴 영화의 비유는 관계를 이미 완성된 걸작으로 선언하지 않는다. 아직 찍지 못한 시간이 훨씬 많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끝까지 상대를 바라보려는 사람이다.
주인공을 바라보는 카메라
영화를 만든다는 설정에는 역할의 차이가 있다. 상대가 화면의 중심에 있을 때, 화자는 그 모습을 보고 기록하고 이야기를 엮는 쪽에 선다. 이 구도는 사랑의 고백에 관찰이라는 일을 더한다. 상대가 특별하다고 말하려면, 어떤 표정과 몸짓이 그 사람을 특별하게 만드는지 계속 알아차려야 한다.
그래서 제목의 장대한 숫자와 노래 속 작은 순간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일생이라는 큰 시간은 사소한 행동을 담을 공간이 되고, 작은 행동은 그 긴 시간을 굳이 남겨야 할 이유가 된다. 거대한 약속이 구체성을 얻는 곳은 가장 화려한 사건보다 가까운 사람에게만 보이는 변화다.
잘라내지 않고 함께 보는 시간
기억을 영화에 비유하면 편집의 문제도 따라온다. 좋은 장면만 고르면 사랑은 매끈한 예고편이 된다. 하지만 이 곡은 다툼과 그 뒤의 화해도 관계를 구성하는 시간 안에 둔다. 아팠던 일을 지운 뒤 완벽했다고 주장하는 대신, 서로 다시 가까워지는 과정을 영화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이때 낙관은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는 예측과 다르다. 지나온 시간을 함께 다시 볼 수 있다는 신뢰에 가깝다. 같은 장면에 대해 두 사람이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지만, 계속 대화하며 그 시간을 이어가겠다는 태도는 남는다. 필름의 길이는 그 태도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의 크기다.
사진첩 밖으로 이어진 영화
2020년 이 노래는 영화 《思い、思われ、ふり、ふられ》의 주제곡이 되었다. 앨범에 실린 뒤 실제 영화와 만난 셈이다. 당시 공식 기획은 팬들의 추억이 담긴 사진과 영상을 모아 별도의 영상을 만들도록 했다. 한 사람을 바라보던 노래의 형식이 여러 사람의 기록을 담는 그릇으로 넓어졌다.
그 확장은 이 곡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사랑을 설명하는 문장을 빌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듣는 사람도 자기 기억을 대입할 자리를 얻는다. 누군가의 웃음, 다시 만난 날, 함께 늙어갈 모습이 각자의 필름에 들어갈 수 있다. 노래가 끝난 뒤에도 촬영은 계속된다는 상상이 이 고백을 오래 남게 한다.
음원·제작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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