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 칼럼
수요가 없었다기엔 너무 오래 본 무대 — 성시경 「두 사람」과 거래처 악수
남자들만 모인 연말 객석에 성시경이 등장했다. 노래는 「두 사람」, 남은 별명은 ‘거래처 악수’. 사랑 노래와 객석, 인터넷의 해석이 함께 만든 오래된 웃음.

크리스마스에 성시경을 부른다는 것
연말 음악방송에 성시경이 나온다. 여기까지는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런데 객석이 전부 남자다. 노래는 「두 사람」이다. 조명도, 정장도, 목소리도 평소처럼 다정한데, 화면 전체를 보고 있으면 묘하게 다른 행사가 열린 것 같다.
2013년 12월 27일 방송된 《유희열의 스케치북》 ‘외로운 오빠들’ 특집. 남성 방청객을 초대한 이 무대는 훗날 ‘수요 없는 공급’, ‘거래처 악수’라는 말로 다시 소비됐다. KBS StarTV도 2025년 재공개한 풀버전 제목에 ‘거래처 악수’를 내걸었다. 원래 프로그램의 특집명보다 인터넷이 붙인 별명이 장면을 더 빨리 설명하는 경우다.
성시경 「두 사람」 · 2013.12.27 방송 무대
플레이버튼 표기의 KBS 방송 원본 · 2021.06.18 재공개
901K · KBS광주 / KBS Gwangju · YouTube에서 보기 ↗
설렘은 선택, 인사는 필수
‘거래처 악수’라는 별명은 절묘하다. 가수와 팬의 접촉을 업무상 인사로 바꿔 읽는 순간, 같은 손동작의 장르가 달라진다. 로맨틱한 발라드 공연에 잠깐 연말 인사회가 끼어든다. 노래는 사랑을 약속하는데, 화면을 보는 쪽은 자꾸 올해도 수고 많으셨다는 인사를 떠올리게 된다.
그렇다고 객석이 성시경을 거부하는 장면으로 읽으면 재미의 절반을 놓친다. 실제 영상에는 웃으며 손을 흔드는 관객도, 박수치는 관객도 있다. 이들은 ‘수요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앉아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사랑 노래를 듣는 모습이 언제나 황홀한 표정과 환호로 통일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위문공연 같다’는 농담도 그 화면의 낯섦을 설명한다. 실제 군부대 공연은 아니다. 익숙한 음악방송에서 객석의 구성이 바뀌었을 뿐인데, 같은 가수와 같은 노래가 다른 상황극처럼 보인다. 우리가 이런 무대에 미리 붙여두었던 표정과 반응이 어긋나는 순간이다.
가수가 끝까지 노래를 잘해서 더 웃기다
이 영상에서 성시경까지 노래를 대충 하거나, 처음부터 웃기려고 불렀다면 금방 끝나는 개그였을 것이다. 그런데 무대의 중심에는 여전히 「두 사람」이 있다. 부드럽게 시작해 후렴으로 이어지는 선율과, 말끝을 급하게 밀지 않는 목소리가 객석의 표정과 별개로 곡을 끌고 간다. 화면은 웃긴데 노래는 계속 제대로 들린다.
「두 사람」은 2005년 4월 7일 발매된 성시경의 4집 《다시 꿈꾸고 싶다》에 실렸다. 곁에 있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견디겠다는 노래의 다정함은 이 특집에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다정함을 끝까지 유지하기 때문에 객석과의 대비가 생긴다. 성시경은 발라드를 부르고, 방청객은 각자의 방식으로 듣고, 뒤늦게 영상을 보는 우리는 그 둘 사이에서 웃는다.
같은 방송 풀버전 · 「두 사람」·토크·「소박했던, 행복했던」
2013.12.27 방송 · 2025.12.13 재공개 · 처음부터 재생
KBS StarTV · YouTube에서 보기 ↗
결국 공급은 오래 살아남았다
‘수요 없는 공급’은 장면을 단번에 떠올리게 하는 훌륭한 별명이다. 다만 그것이 이 공연의 실제 흥행 성적표일 필요는 없다. 객석에는 박수가 있었고, 방송이 끝난 뒤에도 사람들은 이 장면을 다시 찾아봤다. 방송사는 세월이 흐른 뒤 그 별명을 제목에 붙여 영상을 다시 내놓았다.
처음에는 남자들 앞에서 「두 사람」을 부르는 상황이 웃기고, 다음에는 악수에 붙은 해석이 웃기다. 그러다 다시 보면 노래가 귀에 들어온다. 가수의 진지함과 객석의 반응, 인터넷의 능청스러운 이름 붙이기가 한 영상 안에서 따로 움직인다.
수요가 없었다고 하기에는, 이 공급은 꽤 오래 살아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