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음악·음반
플라워 Endless, 끝을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 부름

노래방 번호
플라워의 ‘Endless’는 끝이라는 사실과 끝내지 않겠다는 마음을 같은 노래에 놓는다. 상대가 더는 눈앞에 없는데도 그리움과 기다림은 멈추지 않으려 한다. 제목의 ‘끝없음’은 행복한 관계가 영원하다는 약속보다, 끝난 뒤에도 남아 있는 감정의 길이로 들린다. 밴드의 힘과 고유진의 보컬은 그 길이를 크게 펼쳐 보인다. 다만 큰 소리를 사랑의 크기와 바로 맞바꿀 필요는 없다.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왜 이토록 부르게 되는지, 그 절박한 관계를 따라가는 편이 곡을 더 구체적으로 만나는 길이다.
끝없는 기다림에 놓인 모순
기다림에는 상대가 돌아올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그 미래가 보장되지 않을 때 기다리는 마음은 자신을 향한 약속이 되기도 한다. ‘Endless’의 호소를 따라가면 재회의 희망과 이별의 현실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함께 들린다. 그래서 제목을 의지의 승리로만 읽기는 어렵다. 끝없이 기다리겠다는 말이 선명할수록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도 선명해진다. 강한 다짐은 상실을 없애지 못하며, 오히려 그 대상을 얼마나 멀리서 부르고 있는지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고유진의 보컬이 힘을 얻어가는 흐름은 이 간절함을 넓은 공간에 놓는다. 처음부터 고음의 성취만 기다리며 들으면 목소리를 그 자리까지 데려가는 말의 사정을 놓치기 쉽다. 볼 수 없고 닿을 수 없다는 감각이 먼저 쌓이고, 그 뒤에 커지는 호소가 있다. 소리의 높이와 강도는 그 감정을 몸으로 겪게 하는 방법이지 곡의 감정을 대신하는 숫자가 아니다. 절정의 힘을 앞선 문장들과 이어 들을 때, 가창은 기술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한 사람을 부르는 행동으로 달라진다.
목소리가 커질수록 또렷해지는 부재
밴드의 소리가 보컬을 떠받치는 순간에도 관계의 빈자리는 메워지지 않는다. 반주가 커질수록 무대는 넓어지지만, 가사 속 상대는 여전히 멀리 있다. 이 차이가 록 발라드의 에너지를 쓸쓸한 방향으로도 들리게 한다. 강한 소리가 반드시 회복이나 승리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목소리를 밖으로 크게 내보내도 대답이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소리를 이어가는 모습이 이 곡의 중심에 있다. 듣는 사람은 크기의 압도감과 함께 대답 없는 부름의 고립도 느낄 수 있다.
직접 부르는 상황에서는 호소의 길이를 자신의 호흡으로 감당해야 한다. 듣기만 할 때 익숙했던 후렴도 몸으로 이어갈 때에는 힘의 배분과 말의 무게가 다르게 다가온다. 그렇다고 노래 속 격한 표현을 실제 삶의 약속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만들어진 멜로디 안에서 과장된 그리움을 잠시 자기 목소리로 옮기는 경험이다. 노래의 극적인 언어와 생활의 태도를 구분하면서도 감정에 참여할 수 있다. ‘Endless’의 부르는 즐거움은 그런 안전한 상상의 폭에도 놓여 있다.
다시 부르는 사람이 이어가는 호소
마지막에 남은 기다림은 이제 곧 재회가 이루어진다는 예고가 아니다. 끝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속도와 마음이 멈추는 속도가 다를 수 있다는 감각이다. 제목의 말로 돌아오면 끝없음은 아름다운 맹세인 동시에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마음의 무게로도 들린다. 고유진의 목소리가 크게 펼쳐지는 순간만큼 그 앞뒤의 그리움도 함께 들어볼 만하다. 그렇게 들을 때 ‘Endless’는 높은 음을 기억하는 곡에서, 닿을 수 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말을 이어가는지 묻게 하는 노래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