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페스티벌·축제
SIS 아타미 2부, 같은 무대에 저녁빛이 내려올 때

SIS 2부 세트리스트
공연 순서
2026년 8월 24일 오후 6시 40분, 일본 시즈오카현 아타미시 친수공원 이벤트광장에서 SIS의 두 번째 공연이 시작됐다. 이날 SIS는 저녁 아타미 해상불꽃대회를 앞두고 진행된 야외 라이브 프로그램에 참여해 오후 4시 25분 1부에 이어 약 두 시간 뒤 다시 무대에 올랐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두 차례 공연하는 일정이었지만 두 번째 무대가 시작될 무렵 친수공원의 풍경은 이미 크게 달라져 있었다. 오후의 강한 햇빛은 사라지고 해안에는 저녁이 내려오기 시작했으며, 무대조명이 멤버들의 모습을 본격적으로 비추기 시작했다. 불꽃대회를 보기 위해 친수공원으로 향하는 사람도 계속 늘어나면서 낮 공연과는 다른 밀도의 관객이 주변을 채우고 있었다.
1부가 아타미의 푸른 바다와 강렬한 여름빛을 그대로 배경으로 삼았다면 2부에서는 인공적인 무대조명이 공연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몇 시간 전과 동일한 무대였음에도 멤버들의 표정과 의상, 움직임이 빛을 받는 방식부터 달라졌다. 야외공연에서 시간은 단순히 공연 시작을 정하는 숫자가 아니라 무대의 시각적 성격 자체를 바꾸는 요소가 된다. 특히 낮과 저녁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던 이날의 두 차례 공연은 그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줬다. 1부에서 자연광과 바다가 공연의 배경이었다면 2부에서는 어둑해지는 하늘과 무대조명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같은 여섯 곡이 아니었다
2부의 세트리스트는 「め組のひと」(메구미노 히토), 「ミチシルベ」(미치시루베), 「GOLDFINGER ’99」, 「DIVER」, 「愛のバッテリー」(사랑의 배터리), 「世界中の誰よりきっと」(세상 누구보다 분명)까지 총 여섯 곡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め組のひと」(메구미노 히토), 「ミチシルベ」(미치시루베), 「DIVER」, 「愛のバッテリー」(사랑의 배터리)는 1부에서도 불렀던 곡이다. 전체 여섯 곡 가운데 네 곡이 겹쳤지만 순서가 달라졌고, 「青い珊瑚礁」(푸른 산호초)와 「DING DONG ください。」(딩동 쿠다사이)가 빠진 자리에 「GOLDFINGER ’99」와 「世界中の誰よりきっと」(세상 누구보다 분명)이 들어왔다.
이 정도의 변화는 하루 두 차례 공연에서 현실적인 선택이면서 동시에 두 무대의 성격을 구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모든 곡을 완전히 바꾸면 두 개의 별도 공연을 준비하는 것과 비슷한 부담이 생기지만, 세트의 일부를 유지하면서 시작과 끝, 중간의 핵심 곡을 교체하면 기존의 공연 완성도를 유지하면서도 두 차례 모두 보는 관객에게 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이날 SIS는 바로 그런 방식을 택했다. 같은 네 곡을 중심축으로 유지하되 1부의 마지막이었던 「め組のひと」(메구미노 히토)를 2부의 첫 곡으로 이동시키면서 공연의 출발점부터 달라졌다.
1부에서 「め組のひと」(메구미노 히토)는 여섯 곡을 마무리하며 축제의 에너지를 마지막까지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반면 2부에서는 첫 곡으로 이동하면서 처음부터 객석의 분위기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오프닝 넘버가 됐다. 같은 곡이라도 세트리스트의 어느 위치에 놓이는가에 따라 기능은 달라진다. 1부에서는 ‘마지막까지 즐기는 노래’였다면 2부에서는 ‘지금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신호가 된 셈이다.
이어 「ミチシルベ」(미치시루베)가 나오면서 공연은 다시 SIS의 익숙한 레퍼토리로 들어갔다. 같은 날 이미 한 차례 들었던 곡이지만 공연 환경이 달라지면서 시각적인 인상 역시 달라졌다. 밝은 자연광 아래에서는 멤버들과 바다를 하나의 풍경처럼 볼 수 있었다면 저녁 무대에서는 조명이 각각의 멤버를 보다 명확하게 분리해냈다. 하루 두 차례 같은 아티스트를 보는 공연에서 세트리스트의 중복이 반드시 단점이 되지 않는 이유다. 라이브는 음원처럼 소리만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장소, 관객의 반응까지 함께 바뀌기 때문이다.
익숙한 멜로디가 전혀 다른 노래가 된 「GOLDFINGER ’99」
이날 2부에서 가장 새로운 순간은 세 번째 곡이었다. 전주가 시작되면 많은 한국 관객에게도 익숙한 리키 마틴(Ricky Martin)의 세계적인 히트곡 「Livin’ la Vida Loca」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노래가 시작되면 영어 원곡과는 전혀 다른 가사가 들려온다. SIS가 이날 선보인 것은 리키 마틴의 원곡을 그대로 커버한 것이 아니라, 고 히로미(郷ひろみ)가 1999년 발표해 일본에서 크게 히트시킨 일본어 버전 「GOLDFINGER ’99」였다.
특히 후렴의 “アーチーチー、アーチー” (아치치, 아치)로 대표되는 부분은 일본 대중에게 매우 익숙한 대목이다. 원곡의 강렬한 라틴 팝 리듬과 멜로디를 기반으로 하면서 일본어 가사와 고 히로미 특유의 퍼포먼스가 결합해, 일본에서는 원곡과 별개의 강한 대중적 기억을 가진 노래로 자리 잡았다. 같은 멜로디를 알고 있는 한국 관객과 일본 관객이 정작 전혀 다른 가사를 기억하고 있다는 점은 이날 공연에서 흥미로운 장면을 만들어냈다. 일본 관객은 익숙하게 후렴에 반응한 반면, 원곡만 알고 있던 한국 관객에게는 ‘알고 있는 노래인데 모르는 노래’처럼 들릴 수 있었다.
이 장면은 단순히 재미있는 문화 차이를 넘어 대중음악이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하나의 곡이 다른 나라로 건너가 번안되고, 현지 가수가 다시 히트시키면서 새로운 세대의 기억으로 정착하면 같은 멜로디가 국가마다 서로 다른 문화적 경험을 갖게 된다. 한국에서도 해외곡의 번안이 대중음악사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해왔듯, 일본에서도 원곡보다 현지 버전이 더 직접적인 기억으로 남은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GOLDFINGER ’99」는 그런 번안 문화가 1990년대 말까지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다.
SIS가 이 곡을 선택한 것은 ‘아타미의 여름축제’라는 환경과도 잘 맞았다. 원곡부터 강한 리듬과 즉각적인 후렴을 가진 데다 일본어 버전에는 관객이 함께 반응할 수 있는 명확한 포인트가 있다. 조용히 감상하기보다 몸을 움직이고 호응하면서 즐기는 야외 이벤트에서 효과적인 레퍼토리다. 멤버들 역시 곡의 빠른 에너지를 따라 밝게 무대를 움직였고, 1부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곡이라는 점까지 더해지면서 두 번째 공연의 가장 뚜렷한 차별점이 됐다.
한국과 일본의 노래가 한 세트 안에서 교차하다
「GOLDFINGER ’99」 이후에는 「DIVER」와 「愛のバッテリー」(사랑의 배터리)가 이어졌다. 「DIVER」는 1부에서도 불렀던 SIS의 익숙한 레퍼토리였고, 「사랑의 배터리」 역시 이날 두 공연에 모두 포함됐다. 특히 「사랑의 배터리」가 1·2부에 모두 선택됐다는 점은 현재 SIS의 공연에서 이 곡이 차지하는 위치를 보여준다. 한국에서 홍진영의 대표곡으로 알려진 노래가 일본의 지역축제에서 자연스럽게 반복되는 레퍼토리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그룹의 한일 활동과도 연결된다.
SIS의 최근 무대를 보면 한국과 일본의 음악을 엄격하게 구분하기보다 한 세트 안에서 자연스럽게 섞는 경우가 많다. 일본 대중에게 익숙한 「め組のひと」(메구미노 히토)와 「GOLDFINGER ’99」가 있고, 그 사이에 한국의 「愛のバッテリー」(사랑의 배터리)가 들어가며, 그룹이 현재 자신의 이름으로 선보이는 「ミチシルベ」(미치시루베)와 「DIVER」가 함께 배치된다. 각각의 곡이 만들어진 시대와 국가, 장르는 서로 다르지만 공연에서는 그 경계가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이는 현재 SIS가 가진 특징이자 앞으로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이기도 하다. 한일 양국을 오가는 아티스트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히 한국 노래 한 곡과 일본 노래 한 곡을 번갈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권의 레퍼토리를 하나의 공연 문법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사랑의 배터리」가 일본 공연에서 더 이상 특별한 ‘한국 노래 코너’처럼 분리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세트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점은 그런 변화의 작은 사례로 볼 수 있다.


해가 내려간 뒤 선택한 마지막 곡 「世界中の誰よりきっと」(세상 누구보다 분명)
2부의 마지막은 「世界中の誰よりきっと」(세상 누구보다 분명)이었다. 나카야마 미호와 WANDS가 1992년 발표한 이 곡은 앞선 「GOLDFINGER ’99」처럼 강하게 객석을 흔드는 유형의 노래와는 성격이 다르다. 밝고 선명한 멜로디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어딘가 저녁과 어울리는 서정성이 있고, 하루 동안 이어진 두 차례의 공연을 마무리하기에도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특히 이 곡은 시간대와 함께 들었을 때 더 효과적이었다. 1부의 마지막 「め組のひと」(메구미노 히토)가 아직 밝은 오후의 야외축제를 활기차게 끝냈다면, 2부의 「世界中の誰よりきっと」(세상 누구보다 분명)은 해가 내려간 친수공원의 분위기를 받아들이며 조금 더 부드럽게 공연을 닫았다. 같은 날 같은 무대에서 열린 두 공연이 서로 다른 마지막 곡을 선택하면서 각각의 시간대에 맞는 엔딩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런 차이는 하루 두 차례 공연의 구성에서 생각보다 중요하다. 1부와 2부가 완전히 동일한 세트리스트였다면 자연광과 조명의 변화만으로도 시각적인 차이는 충분히 만들어졌겠지만, 공연 자체의 기억은 상당 부분 겹쳤을 가능성이 있다. 이날은 1부가 「DING DONG ください。」(딩동 쿠다사이)로 시작해 「め組のひと」(메구미노 히토)로 끝났고, 2부에서는 바로 그 「메구미노 히토」가 출발점으로 이동한 뒤 「世界中の誰よりきっと」(세상 누구보다 분명)가 새로운 마지막 장면을 만들었다. 두 공연을 연속해서 본 관객에게는 1부의 끝이 2부의 시작으로 이어지는 듯한 재미도 생겼다.
낮의 SIS와 저녁의 SIS, 같은 무대가 다른 공연이 되는 순간
아타미에서 열린 두 차례의 SIS 공연을 함께 놓고 보면 가장 흥미로운 것은 ‘반복’과 ‘변화’의 균형이었다. 1부와 2부는 각각 여섯 곡이었고 그 가운데 네 곡을 공유했다. 숫자만 보면 상당한 부분이 겹친다. 하지만 곡의 순서를 바꾸고 두 곡을 교체했으며, 무엇보다 공연을 둘러싼 환경 자체가 크게 달라지면서 체감되는 무대의 인상은 달랐다.
1부의 중심에는 여름의 아타미가 있었다. 강한 햇빛과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青い珊瑚礁」(푸른 산호초)가 울려 퍼졌고, 자연광 아래에서 멤버들의 표정과 움직임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반면 2부에서는 해가 내려가면서 무대조명의 존재감이 커졌고, 친수공원 주변에는 불꽃대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늘어났다. 같은 무대가 몇 시간 사이에 관광지의 오후 풍경에서 여름밤 축제의 공간으로 바뀌어가는 과정 속에서 SIS의 공연 역시 다른 이미지를 갖게 됐다.
여기에 「GOLDFINGER ’99」라는 새로운 레퍼토리가 2부의 성격을 더욱 분명하게 만들었다. 한국 관객에게도 익숙한 세계적인 팝 히트곡의 멜로디가 일본에서는 전혀 다른 가사와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공연장에서 직접 확인하게 만든 곡이었다. 이어 한국의 「愛のバッテリー」(사랑의 배터리)가 나오고, 마지막에는 1990년대 일본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世界中の誰よりきっと」(세상 누구보다 분명)가 자리했다. 국적과 시대가 다른 노래들이 하나의 세트 안에서 별다른 경계 없이 이어졌다는 점에서도 이날 2부는 SIS가 현재 보여주는 레퍼토리의 폭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야외공연에서는 아티스트가 통제할 수 없는 요소가 많다. 햇빛이 사라지고, 주변의 관객이 늘어나며, 바다의 색과 하늘의 밝기가 계속 달라진다. 그러나 바로 그 변화 때문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곡을 다시 부르더라도 전혀 다른 공연처럼 보이는 순간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아타미 친수공원에서 열린 SIS의 두 번째 무대가 그랬다. 몇 시간 전까지 여름빛 속에 있던 작은 무대는 저녁이 되자 조명 아래의 공연장으로 바뀌었고, SIS는 그 변화 속에서 일부 익숙한 레퍼토리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곡과 다른 순서로 두 번째 30분을 완성했다.
이날의 두 공연을 하나의 흐름으로 바라보면 1부와 2부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좋았는지를 단순하게 비교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青い珊瑚礁」(푸른 산호초)가 실제 바다와 함께했던 오후의 장면은 1부에서만 가능했고, 「GOLDFINGER ’99」의 강렬한 호응과 「世界中の誰よりきっと」(세상 누구보다 분명)가 저녁 공기 속에서 공연을 닫는 장면은 2부에서만 가능했다. 같은 무대가 시간의 변화만으로 얼마나 다른 표정을 가질 수 있는지를 하루 안에 연속해서 보여준 셈이다.
저녁 8시 15분부터는 같은 해안에서 아타미 해상불꽃대회가 예정돼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그 불꽃을 보기 위해 바다로 모이고 있었지만, 그보다 조금 앞선 시간 친수공원의 작은 야외무대에서는 이미 낮과 저녁을 가로지르는 또 하나의 여름 풍경이 완성되고 있었다. 오후 4시 25분부터 시작된 SIS의 첫 번째 30분과 오후 6시 40분 다시 시작된 두 번째 30분. 같은 장소에서 이어진 두 공연은 세트리스트의 일부를 공유하면서도 빛과 공기, 선곡과 순서를 달리하며 각각의 기억을 남겼다.
같은 무대라고 해서 같은 공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타미에서의 SIS 2부는 그 단순한 사실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무대였다.
아타미의 두 무대를 이어 읽기
1부와 2부는 각각 여섯 곡 가운데 네 곡을 공유했다. 같은 곡도 순서와 빛이 달라지면서 다른 흐름을 만들었다. 「め組のひと」가 1부의 마지막에서 2부의 첫 곡으로 이동한 점은 두 공연의 차이를 읽는 실마리다.
관련 자료
관련 현장 영상
기사와 관련된 Diego 채널의 현장 영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