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음악·음반
러브홀릭 「Rainy Day」, 비가 그리움을 가려주지 못할 때

러브홀릭의 「Rainy Day」에서 비는 이별을 아름답게 꾸미는 날씨로만 남지 않는다. 눈물을 감출 수 있을 것 같은 풍경이면서 슬픈 날을 또렷하게 기억하게 하는 조건이다. 차분한 선율을 따라가면 바깥의 비와 화자의 마음이 같은 속도로 멈추지는 않는다는 점이 드러난다. 관계는 끝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마음은 상대의 주변을 벗어나지 못한다. 곡의 여운은 비 오는 날의 정취보다 떠나겠다는 말과 떠나지 못하는 상태의 간격에 있다. 편안하게 흐르는 음악 안에도 그 불편한 자리는 남아 있다.
러브홀릭 - Rainy day
날씨가 기억을 붙들어놓는 방식
비를 슬픔의 상징이라고 부르면 풍경을 빠르게 설명할 수는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무엇을 보이거나 가려주는지까지 생각할 수 있다. 울고 있는 사람이 빗물과 눈물을 겹쳐 느낄 때 풍경은 위로처럼 다가오면서 고립을 더할 수도 있다. 하늘이 대신 울어주는 것처럼 느껴져도 마음이 상대에게 전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함께 젖는 세상 안에서 혼자 남은 감정이 선명해지는 것이다. 날씨와 마음의 닮은 모습만큼 서로 대신할 수 없는 부분이 이 이미지의 조용한 불편함을 만든다.
누군가는 비를 보고 이별을 떠올리지만 누군가는 이별 때문에 그날의 비를 기억한다. 사건과 풍경이 서로를 붙들어놓는 관계다. 날씨가 돌아올 때마다 관계가 되살아나지는 않아도 감정은 다시 현재에 들어올 수 있다. 「Rainy Day」를 그런 거리에서 들으면 비는 지나간 일을 꾸미는 배경보다 기억이 되돌아오는 조건이 된다. 같은 풍경이 반복되는데 화자는 그때의 자리에서 쉽게 멀어지지 못한다. 익숙한 선율이 돌아오는 동안 듣는 사람도 현재와 과거가 겹치는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곁에 있다는 말과 받아들여진다는 말
상대의 곁에 머무는 것과 그 사람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다르다. 노래에서 되돌아오는 곁자리의 감각은 가까움 안의 거리를 보여준다. 마음은 관계를 맺었다고 느끼지만 그 자리가 자신에게 주어진 것은 아닐 수 있다. 떠나겠다는 말도 시원한 결심보다 자신을 그곳에서 떼어내려는 시도처럼 들린다. 이 시도를 곧바로 성장의 순간으로 이름 붙이지 않을 때 망설임은 구체적인 관계의 감정이 된다. 알고 있는 사실을 마음이 뒤늦게 따라가는 데에는 말 한마디보다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차분한 선율과 가까운 목소리는 그 망설임을 서둘러 해결하지 않는다. 담백하다는 인상이 곧 감정의 정리를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렷하게 끝을 말하면서도 계속 같은 주변을 돌아보는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음악의 편안한 흐름과 화자의 불편한 자리가 나란히 남는다. 그래서 이 곡은 분위기를 즐기는 감상에서 관계를 들여다보는 감상으로 이어진다. 떠나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알아도 몸과 기억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다.
끝을 말한 뒤에도 남는 시간
마지막에 비가 그쳤는지보다 오래 남는 것은 화자가 어느 거리에 서 있는가라는 감각이다. 곁에 있고 싶은 마음과 그 자리를 떠나야 한다는 말은 끝내 같은 방향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다음에 비 오는 날 다시 들을 때에도 그 간격은 열린다. 러브홀릭의 멜로디는 감정을 깨끗하게 씻어내기보다 아직 남아 있는 마음을 바라볼 시간을 준다. 비가 만든 풍경 안에서 떠남은 단번에 완성되는 일이 아니다. 음악은 그 사실을 격한 선언 없이도 충분히 오래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