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음악·음반
임재범의 「비상」은 닫힌 방에서 출발한다

노래방 번호
임재범의 「비상」을 처음부터 성공적으로 날아오르는 노래로만 들으면 출발점의 무게는 가벼워진다. 바깥을 향한 목소리보다 먼저 있는 것은 스스로 좁아진 자리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웠던 시간이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움직임은 줄어들 수 있고, 자신을 지키려던 마음이 어느새 자신을 가두기도 한다. 이 곡의 힘은 그런 시간을 없었던 일로 하지 않은 채 다시 시작을 말하는 데 있다. 임재범의 거친 소리는 이미 단단해진 사람의 선언이라기보다 망설였던 사람이 자신의 말을 바깥으로 내보는 순간으로 들을 수 있다.
임재범 - 비상
자신을 가두었던 시간이 먼저 들린다
닫힌 상태를 말할 때 화자는 외부의 장애물만 바라보지 않는다. 스스로의 생각과 걱정도 움직이지 못한 이유 안에 들어온다. 그렇다고 이를 의지가 약해서 생긴 문제로 단순화할 필요는 없다. 자신을 보호하려던 방식이 시간이 지나 다른 무게를 갖게 되었다는 변화로 읽을 수 있다. 노래의 출발에 머무는 감상은 나중의 다짐을 재빨리 소비하지 않게 한다. 밖으로 나가겠다는 말이 크게 들리는 까닭은 그 반대편의 시간이 먼저 있기 때문이다. 제목의 넓은 이미지 안에도 좁은 자리를 지나온 흔적이 남는다.
이 이야기를 가수의 실제 삶과 한 문장으로 묶어버리면 곡 속 화자의 시간이 전기적인 설명에 가려진다. 노래 안에서 닫힘과 움직임이 어떤 관계인지 듣는 것만으로도 감정은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다. 듣는 사람마다 자신이 머물렀던 자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관계의 단절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시작을 미루던 시간일 수 있다. 경험을 하나로 확정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제목의 비상을 가까이 가져온다. 큰 성취보다 지금의 자리에서 방향을 바꾸는 행동으로도 받아들일 여지가 생긴다.
목소리가 커진다고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거친 음색은 다짐을 매끈한 표어로 정리하지 않는다. 소리의 표면에 남은 결이 지나온 시간을 떠올리게 해, 앞으로 가겠다는 말 안에서도 힘들었던 상태가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 인상을 준다. 보컬의 강도를 음역의 숫자로만 비교하면 이 관계는 잘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높게 올라가는지보다 어떤 말을 그 크기로 꺼내는지가 중요하다. 같은 목소리 안에 압박과 결심이 함께 있다는 점에서 곡의 고조는 한계를 이미 넘어섰다는 증명보다 그 경계 앞에서 몸을 움직여보는 시도로 들린다.
차분하게 들리던 감정이 넓어지는 동안 확신도 함께 커지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큰 소리가 곧 불안의 부재를 뜻하지는 않는다. 두려움을 안고도 말해야 하기 때문에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 이 차이를 남겨두면 「비상」은 듣는 사람에게 당장 강해져야 한다고 요구하는 노래와 멀어진다. 출발의 의지를 응원하면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마음도 품을 수 있는 것이다. 음악은 다음 구간으로 나아가지만 화자의 과거까지 순식간에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짐의 힘은 그 시간을 함께 들고 움직이는 데 있다.
날아오르기 전의 사람에게 돌아오는 노래
다시 들을 때 제목의 날개만 기다리지 않고 처음의 닫힌 자리로 돌아가보면 곡의 크기는 달라진다. 이미 날아오른 사람보다 아직 그러고 싶은 사람에게 더 가까운 노래일 수도 있다. 노래가 끝난 뒤 모든 조건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자신에게만 하던 말을 소리 내보았다는 변화는 남는다. 임재범의 목소리는 그 변화를 넓게 펼친다. 「비상」이 건네는 힘은 결과를 보장하는 선언보다 출발을 실제로 말해본 시간에 있다. 거친 결이 남은 소리 안에서 움직임은 완벽해진 뒤가 아니라 지금 시작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