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음악·음반
크리스티나 페리 Human, 무너지지 않는 척을 그만둘 때

노래방 번호
크리스티나 페리의 ‘Human’은 사람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굳이 말해야 하는 순간을 붙든다. 기대에 맞추려고 애쓰는 동안에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몸과 마음에는 버틸 수 있는 한계가 있다. 후렴은 그 한계를 숨기지 않고 소리 내는 자리다. 제목의 말은 자신을 대단하게 소개하는 명함이 아니라 완벽한 수행을 멈추기 위해 꺼내는 설명처럼 들린다. 노래의 힘도 약함을 이겨 강해졌다는 순서보다, 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큰 목소리로 인정하는 역설에서 나온다.
Christina Perri - Human [Official Video]
할 수 있다는 말이 쌓이는 동안
기대에 부응하려는 태도는 처음부터 거짓이라고 정리하기 어렵다. 누군가를 위해 더 잘하고 싶은 마음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두려움은 가까이 놓여 있다. ‘Human’은 그 애씀을 모두 부정하지 않은 채, 무엇을 계속 감추어야 했는지 돌아보게 한다.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동안 피로와 상처를 말할 자리는 줄어든다. 그래서 한계를 인정하는 후렴은 갑작스러운 포기보다 앞선 말들의 부담이 드러나는 순간으로 들린다. 참아온 마음과 지금의 호소 사이에 연결이 생긴다.
피아노를 중심으로 차분하게 출발하는 인상과 점차 커지는 소리의 차이는 이 변화를 몸으로 느끼게 한다. 처음에는 가까운 독백처럼 들리던 말이 후렴에서는 더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음량이 커졌다고 화자가 더 완벽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감추던 취약함이 바깥으로 나와 그만큼 분명해진다. 감정의 고조를 언제나 극복의 신호로 듣던 습관에서 벗어나면, ‘Human’의 큰 소리는 더 이상 버티는 척할 수 없다는 말에도 충분한 자리를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아지는 대신 커지는 취약함
페리의 보컬에는 기대를 견디려는 힘과 그 힘이 다할 수 있다는 인식이 함께 놓인다. 약함을 노래하니 반드시 작은 목소리여야 한다는 법은 없다. 강하게 들리는 사람도 상처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가창의 에너지 자체가 드러내는 셈이다. 화자를 가수의 실제 심리 상태와 동일시하지 않아도 이 관계는 전달된다. 눈앞의 누군가가 충분히 강해 보인다는 이유로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제목은 당연해서 잊고 있던 조건을 다시 확인하는 말이 된다.
자신의 한계를 말하는 일이 모든 책임에서 벗어나는 면허는 아니다. ‘Human’의 호소는 무슨 일이든 어쩔 수 없었다고 정리하는 변명보다, 계속 버티기 위해 서로 알아야 하는 경계로 읽을 수 있다. 상처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타인의 기대와 자신의 상태도 새로 조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래가 건네는 위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에 있지 않다. 할 수 없는 것이 있어도 마음의 가치가 모두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감각에 더 가까이 있다.
인간이라는 말로 세우는 경계
‘Human’이 끝난 뒤 남는 선언은 불완전한 자신을 단번에 사랑하게 되었다는 완결된 변화가 아니다. 계속해서 설명해야 할 수도 있는 한계를 목소리로 꺼냈다는 사실이다. 후렴의 커다란 소리를 다시 들으면 그것이 승리를 과시하는 장면과 다른 이유가 보인다. 흔들림을 없애지 않고도 말할 수 있다는 힘이 있다. 크리스티나 페리의 노래는 강함과 약함을 서로 다른 사람의 특성으로 나누지 않는다. 둘이 같은 목소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익숙한 제목 한 단어로 다시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