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방송·영상
유재석·이적 ‘말하는 대로’, 두 번의 빈 객석 사이

‘말하는 대로’에는 비어 있는 객석의 기억이 있다. 축제의 관객이 모두 떠난 뒤에도 무대에 남은 두 사람이 노래한다. 크게 성공한 공연의 마지막에 조용히 놓인 고백이라는 형식은, 많은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노래가 처음부터 많은 사람 앞에서 불려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2011년 ‘무한도전’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를 위해 만들어진 처진 달팽이의 노래는 2020년 ‘놀면 뭐하니?’의 ‘방구석 콘서트’로 다시 돌아왔다. iMBC는 이적이 유재석의 무명 시절 이야기를 가사로 옮긴 곡이라고 소개한다. 두 시기의 무대 사이에는 노래뿐 아니라 비어 있는 관객의 자리도 함께 놓인다.
사람들이 떠난 뒤에도 남는 이야기
가요제는 보통 관객을 모으는 시간으로 기억된다. 함께 웃고 박수치고 다음 무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공연의 규모를 만든다. 그런데 이 곡의 출발 장면은 그 축제가 끝난 뒤다. 무대에 남는 말은 사람을 더 모으기 위한 구호와 다른 방식으로 들린다. 한 사람의 지난 시간을 가까이 듣는 자리가 된다.
관객이 없다는 사실이 고백의 진심을 자동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말의 크기와 그것을 듣는 사람의 수를 다른 문제로 생각하게 한다. 작게 시작한 말도 방송을 통해 멀리 갈 수 있다. 동시에 거대한 공연의 일부였던 두 사람에게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쉽게 꺼내지 못한 시간이 있었다는 점이 보인다.
믿지 못했던 사람이 말하는 제목
‘말하는 대로’라는 제목은 자신만만한 사람의 확언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무명 시절의 불안을 돌아보는 곡이라는 배경을 놓으면, 제목은 이미 모든 답을 아는 위치에서 나오지 않는다. 믿을 수 없었던 시간을 통과한 사람이 이제 조금 다르게 말해보려는 자리다.
그 차이가 이 노래를 단순한 성공의 주문으로 듣기 어렵게 만든다. 좋은 말을 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생긴다는 공식보다, 자기 말을 전혀 믿을 수 없는 상태에서 한 발 옮겨보는 과정이 중요해진다. 제목의 낙관을 받아들이면서도 그 앞에 있던 의심을 지우지 않는 것. 그렇게 들을 때 과거의 불안은 극복해야 할 결함으로만 남지 않는다.
같은 빈자리의 다른 이유
2020년 4월 4일의 ‘방구석 콘서트’는 코로나19로 공연이 취소되고 사람들이 떨어져 있어야 했던 시기에 마련된 방송이었다. 이때 공연장의 빈자리는 축제가 끝나서 생긴 빈자리와 달랐다. 오고 싶어도 함께 모일 수 없는 상황이 그 자리를 만들었다.
그래서 같은 노래가 돌아와도 듣는 조건은 바뀐다. 2011년에는 사람들이 떠난 뒤 남아 있던 두 사람이 보였다면, 2020년에는 화면 밖 각자의 자리에서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빈 객석은 부재의 끝이 아니라, 방송을 통해 다른 장소와 연결되는 표면이 될 수 있다.
이 두 무대를 함께 떠올리면 노래의 제목도 조금 달라진다. 말을 믿어보려는 한 사람의 선택이 시간이 지나 다른 사람의 불안 옆에 놓인다. 모든 어려움에 같은 해답을 주지는 않더라도, 먼저 그 시간을 지나온 목소리를 들려줄 수는 있다. ‘말하는 대로’가 다시 불릴 때 새로워지는 것은 바로 그 말을 듣는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