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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 Go ‘Here It Goes Again’, 달리기 기계 위에서 제자리를 잃는 춤

트레드밀은 앞으로 달려도 같은 자리에 머무르게 하는 기계다. OK Go의 ‘Here It Goes Again’은 그 익숙한 기능을 춤의 조건으로 바꾼다. 움직이는 바닥 위에서는 가만히 있는 것도 하나의 동작이 된다. 몸을 어디에 놓는가에 따라 기계가 춤을 돕기도 하고 균형을 빼앗을 수도 있다.
OK Go와 트리시 시(Trish Sie)가 공동으로 연출한 이 영상의 중심은 네 멤버와 여러 대의 트레드밀이다. 물건의 용도를 바꾸는 아이디어는 쉽게 설명할 수 있지만, 노래 한 곡의 시간 동안 그 아이디어를 계속 보게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 영상의 재미는 그 차이를 몸으로 해결하는 데 있다.
OK Go - Here It Goes Again (Official Music Video)
바닥도 함께 움직인다
보통 춤에서 바닥은 몸을 지탱하는 고정된 조건이다. 이 영상의 바닥은 계속 움직인다. 발을 옮기는 행동뿐 아니라 발을 두는 시간도 중요해진다. 같은 동작을 해도 어느 벨트 위에 있는가에 따라 몸이 이동하는 방향이 달라진다. 관객은 춤을 보면서 기계의 작동 방식을 함께 읽게 된다.
그래서 동작 하나를 보는 재미에 작은 계산이 섞인다. 저 위치에 서면 어디로 갈지, 옆 기계로 넘어가면 무엇이 달라질지 예상하게 된다. 복잡한 이야기를 설명하지 않아도 다음 순간을 기다리게 되는 이유다. 규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물건일수록 그 규칙을 비트는 순간은 더 분명하게 보인다.
네 사람의 자리를 나누는 일
트레드밀 위의 공간은 혼자 쓸 수 있는 무대보다 좁다. 누군가 한 자리를 차지하면 다른 사람의 진입로도 달라진다. 네 명이 같은 장치를 공유한다는 설정은 개별 동작을 연결된 문제로 만든다. 한 사람이 멋있게 움직이는 것과 네 사람의 순서가 맞아떨어지는 것을 동시에 보게 된다.
안무를 기억하는 단위도 달라진다. 멤버 한 사람의 동작만 떼어 기억하기보다, 그 사람이 빠져나간 자리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관계가 눈에 남는다. 익숙한 운동기구가 사람들의 위치를 바꾸는 작은 무대 장치가 되는 것이다. 장비의 생김새를 숨기지 않는 점도 도움이 된다. 무엇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관객이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 다음에 오는 연습
밴드가 Vevo의 ‘Footnotes’에서 설명한 제작 과정은 구체적이다. 먼저 트레드밀을 배치하고 가능한 동작을 찾았으며, 그 동작들을 하나의 안무 순서로 이어 붙였다고 한다. 데이미언 쿨래시는 촬영 장소를 트리시 시의 집에 있던 댄스 스튜디오로 설명한다. 번뜩이는 발상 뒤에 공간을 시험하고 순서를 정하는 작업이 있었다.
이 사실을 알고 보면 영상의 매력은 우연한 장난과 치밀한 연습이 같은 화면에 남는 데 있다. 기계의 낯익은 모습은 누구나 생각해볼 수 있을 법한 놀이로 보이게 하고, 여러 몸이 이어지는 순서는 그것을 실제로 끝까지 수행하는 어려움을 보여준다.
노래를 다시 떠올리는 몸의 지도
‘Here It Goes Again’을 기억할 때 노래와 함께 트레드밀의 배치가 떠오르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화면 속 동작은 음악이 흘러간 순서를 공간의 변화로 남긴다. 다음 번에 볼 때는 이미 장치의 규칙을 알아도, 네 사람의 위치가 어떻게 바뀌는지 다시 따라가게 된다.
이 뮤직비디오가 보여주는 즐거움은 거대한 기술을 놀라워하는 감정과 조금 다르다. 매일 볼 수 있는 기계에 사람의 몸이 새 사용법을 제안한다. 같은 자리에 머물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 위에서 서로의 자리를 바꾸는 춤. 영상의 아이디어는 짧게 말할 수 있지만, 그 짧은 설명 안에는 노래 한 곡을 다시 볼 이유가 남아 있다.
음원·제작 정보
OK Go · Here It Goes Again (Official Music Video) ↗ · MTV · Here It Goes Again credits ↗ · OK Go / Vevo Footnotes · Here It Goes Again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