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음악·음반
엘리 굴딩 Love Me Like You Do의 떨림과 확신

노래방 번호
엘리 굴딩의 「Love Me Like You Do」는 사랑을 정의하기보다 상대에게 사랑해 달라고 청하는 문장으로 중심을 잡는다. 같은 요청이 반복되지만 그 말이 언제나 같은 온도로 들리지는 않는다. 바라는 마음이 커질수록 확신과 망설임이 함께 드러나기 때문이다.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맥락을 떠올릴 수 있는 곡이지만, 등장인물의 관계를 그대로 요약하는 설명으로만 들을 필요는 없다. 노래 자체에서도 상대를 향한 끌림과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맡길 수 있을지에 대한 긴장이 서로 가까이 놓인다.
Ellie Goulding - Love Me Like You Do (Official Video)
사랑을 설명하는 대신 청하는 말
제목 속 요청에는 사랑을 받고 있다는 믿음과 그 사랑을 다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겹친다. 상대의 방식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한 말이면서도, 그것을 계속해 달라는 바람이기 때문이다. 반복은 이 두 감정을 한쪽으로 정리하지 않는다. 확신이 충분해서 같은 말을 하는 것인지 확신이 부족해서 되묻는 것인지, 듣는 순간의 관계에 따라 다르게 들릴 수 있다. 이 열린 상태를 따라가면 곡의 열정은 집착이라는 단일한 진단보다 복잡해진다. 가까워지고 싶다는 욕망과 그 가까움이 주는 떨림이 함께 움직인다.
상대에게 감정을 맡기는 표현을 낭만적인 헌신으로만 받아들이기보다, 그 안에 남아 있는 화자의 욕구도 살필 필요가 있다. 노래하는 사람은 가만히 선택을 기다리는 위치에만 있지 않고 원하는 것을 거듭 말한다. 요청의 반복은 자신이 바라는 관계의 강도를 드러내는 행동이다. 동시에 상대가 어떻게 응답할지는 문장만으로 결정할 수 없다. 「Love Me Like You Do」의 간절함은 이 차이에서 생긴다. 자신의 마음을 분명히 표현할 수는 있어도 타인의 마음까지 확정할 수는 없다는 거리가 팝의 매끈한 표면 아래 남는다.
연약한 음색이 품는 큰 감정
굴딩의 여린 음색과 곡의 넓은 감정 표현은 서로 상반된 역할을 하기보다 같은 바람의 다른 크기를 보여 준다. 가까이서 들리는 떨림은 요청을 사적인 말로 만들고, 커지는 후렴은 그 말이 화자에게 얼마나 절실한지 넓혀 놓는다. 감정을 강하게 표현한다고 연약함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드러운 목소리의 결이 남아 있을수록 큰 소리 안에서도 조심스러움이 들린다. 이 곡의 고조를 힘 있는 가창만으로 듣기보다, 요청의 작은 출발점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함께 살피게 된다.
전자적인 팝의 흐름은 이 요청이 무겁게 가라앉기보다 계속 앞으로 이어지게 하는 틀이 된다. 사랑을 둘러싼 불안이 있다고 해서 노래 전체가 머뭇거리는 것은 아니다. 넓게 펼쳐지는 표현과 되돌아오는 문장은 청자를 같은 감정의 궤도로 다시 끌어들인다. 이때 반복은 감정을 과장하는 장치이면서 이미 알고 있는 구절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안정감이기도 하다. 곡은 낯선 관계의 떨림을 익숙해지기 쉬운 팝의 형태로 담아, 불확실한 마음을 계속 따라 부를 수 있는 것으로 바꾸어 놓는다.
화면의 바깥에서도 남는 요청
영화의 장면을 잠시 내려놓고 들어도 마지막에는 상대를 향한 요청이 남는다. 관계의 결말을 설명해 주지 않는 대신, 원하는 마음을 여러 번 말하게 되는 순간의 크기를 남기는 것이다. 그 요청을 자신감으로 들을지 망설임으로 들을지는 청자의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굴딩의 목소리는 어느 한쪽만 택하지 않은 채 여린 결을 큰 팝의 공간에 실어 보낸다. 「Love Me Like You Do」는 그 사이에서 가장 또렷하다. 사랑을 이미 안다고 말하는 순간에도 다시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지는 마음의 흔들림이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