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음악·음반
라르크 앙 시엘 Driver’s High가 질주의 감각을 만드는 법

노래방 번호
라르크 앙 시엘의 「Driver’s High」는 질주를 설명하는 이야기보다 질주하고 있다는 감각으로 먼저 다가온다. 운전이라는 제목의 이미지와 빠르게 밀어붙이는 록의 에너지가 나란히 놓이면서, 청자는 구체적인 목적지를 알기 전부터 움직임을 느낀다. 여기서 해방감은 어느 장소에 도착해서 얻는 보상보다 달리고 있는 현재에 가깝다.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거침없이 펼쳐지는 만큼 아슬아슬한 기분도 함께 생긴다. 곡의 활기를 단순히 신난다는 말로 정리하지 않게 하는 것은 이 두 감각의 겹침이다.
L'Arc-en-Ciel「Driver's High」-Music Clip-
속도가 먼저 도착하는 노래
운전의 이미지는 공간과 몸의 관계를 빠르게 바꾸어 놓는다. 주변이 뒤로 흐르고 시선은 앞으로 쏠리는 장면을 떠올리면, 록의 추진력도 배경 장식보다 감각을 이끄는 중심으로 들린다. 기타와 리듬이 만드는 움직임은 노랫말을 따라 이해하는 속도보다 먼저 몸에 닿을 수 있다. 「Driver’s High」의 긴장은 이 선후 관계에서도 생긴다. 무엇을 향해 달리는지 차분히 정리하기 전에 이미 달리고 있다는 기분이 앞선다. 설명을 마친 뒤 감정이 오는 방식과 달리 소리가 청자를 장면 안으로 먼저 데려간다.
빠른 음악이 반드시 똑같은 종류의 자유를 주는 것은 아니다. 속도에는 일상을 벗어나는 쾌감이 있는 동시에 주변을 충분히 살피지 못하는 불안도 있다. 이 곡의 운전 이미지를 따라가면 해방감의 밝은 면과 경계에 가까이 간 듯한 긴장을 함께 읽을 수 있다. 어느 한쪽을 노래의 정답으로 정할 필요는 없다. 두 감각이 동시에 작동할 때 질주는 매끈한 승리의 행진과 다른 인상을 얻는다. 멈춰 있던 상태를 깨는 힘이 강한 만큼, 그 움직임을 전부 통제할 수는 없을 것 같은 생생함이 남는다.
질주를 삶의 교훈으로 바꾸기 전에
질주를 곧장 인생의 도전이나 성장이라는 교훈으로 옮기면 곡의 구체적인 감각이 희미해질 수 있다. 이 노래는 모든 움직임에 목적과 성과를 붙여야만 이해되는 음악이 아니다. 달리는 기분 자체가 한동안 생각의 순서를 바꾸는 경험에 가까이 놓인다. 그 점에서 가창과 밴드의 에너지는 메시지를 해설하는 수단보다 함께 움직이는 힘이다. 목소리가 앞으로 나아가려는 바람을 드러내고 반주가 그 바람의 속도를 만들 때, 청자는 이미 끝난 모험을 듣기보다 현재 진행 중인 장면에 참여하는 듯한 감각을 얻는다.
애니메이션 「GTO」의 오프닝이라는 연결을 통해 이 곡을 기억하는 청자라면, 짧은 시간 안에 강한 인상을 만들어야 하는 노래의 성격도 떠올릴 수 있다. 다만 화면 속 인물의 삶을 곡 전체의 의미로 고정할 필요는 없다. 작품과 함께 남은 기억은 한 갈래이고, 「Driver’s High」가 소리 자체로 만드는 움직임은 또 다른 갈래다. 두 기억이 만날 때 곡은 특정한 시절의 장면을 불러오면서도 여전히 몸을 앞으로 기울게 하는 현재의 음악이 된다. 익숙함과 추진력은 여기서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다.
멈추지 않는 소리의 인상
곡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 목적지를 설명하는 지도보다 빠르게 지나간 풍경의 인상이다. 「Driver’s High」는 질주의 의미를 하나씩 정리하기 전에 그 감각을 넓게 펼쳐 놓는다. 그래서 다시 듣는 일도 교훈을 확인하는 시간보다 멈춰 있던 몸의 리듬을 바꾸는 시간이 될 수 있다. 강한 소리와 운전의 이미지를 함께 받아들이면 밝은 해방감 안의 긴장도 놓치지 않게 된다. 시원하게 나아가는 기분과 조금 위험하게 빨라진 기분이 나란히 남을 때 이 곡의 활기는 더 입체적으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