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음악·음반
러브홀릭스 Butterfly, 날개를 먼저 알아보는 목소리

노래방 번호
러브홀릭스의 Butterfly에서 눈여겨볼 것은 날아오르는 사람만이 아니다. 아직 펼쳐지지 않은 날개를 먼저 알아보고 말을 건네는 목소리가 곡의 출발을 만든다.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는 다짐에 앞서, 지금의 모습으로도 가능성을 인정받는 장면이 놓이는 것이다. 나비의 이미지는 변화의 결과를 아름답게 꾸미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바깥에서는 보이지 않던 힘을 누군가가 먼저 믿어주는 관계로 이어진다. 이 응원은 성공한 뒤의 축하보다 자신을 믿기 어려운 순간의 곁에 더 가까이 선다.
[MV] 러브홀릭스(Loveholics) 1st Single 'Butterfly'(영화 '국가대표' 삽입곡)
아직 보이지 않는 날개를 말해주는 사람
이 노래의 시선은 완성된 모습만을 평가하지 않는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날개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지금의 위축된 상태와 앞으로의 가능성을 동시에 바라본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변화는 현재의 자신을 부정하고 전혀 다른 존재가 되는 사건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이미 안에 있던 힘이 드러나는 과정으로도 들린다. 응원하는 목소리가 상대를 대신해 살아줄 수는 없지만, 스스로에게 내리던 낮은 평가를 잠시 멈추게 할 수는 있다. Butterfly는 그 멈춤 뒤에 움직일 여백을 만든다.
상처와 초라함을 다루는 이미지 역시 이 신뢰와 붙어 있다. 지친 상태를 먼저 지운 뒤에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화자는 힘겨운 모습을 보고도 상대를 향한 믿음을 거두지 않는다. 이런 태도는 노래를 단순한 자기계발의 구호에서 다른 자리로 옮긴다. 날아오를 책임을 개인에게만 부과하는 대신, 누군가의 가능성을 바라보는 일이 관계 안에서 어떻게 시작되는지 보여준다. 듣는 사람은 응원을 받는 자리와 다른 이를 응원하는 자리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다.
함께 부를수록 넓어지는 신뢰
여러 목소리가 함께하는 곡의 인상은 이 관계를 더 넓게 들리게 한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말하는 위로도 중요하지만, 서로 다른 목소리가 같은 방향을 향할 때 믿음은 공동의 공간을 얻는다. 각각의 소리를 완전히 같은 색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차이를 품은 채 하나의 선율을 이어가는 감각에 귀를 기울일 만하다. 그 안에서 날개를 펴라는 말은 멀리서 내려오는 지시보다 곁에서 함께 소리를 내는 응원으로 가까워진다. 곡의 벅참은 그 가까움에서 자란다.
영화 국가대표와 만날 때에는 비상의 이미지가 눈앞의 움직임과 연결된다. 스키점프의 도약은 한순간처럼 보이지만 그 장면을 가능하게 하는 준비와 기다림은 훨씬 길다. 노래 역시 날아오르는 결과만으로 읽기보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가능성을 믿는 시간과 함께 들을 수 있다. 다만 영화의 감동을 곧바로 실제 선수들의 모든 경험과 같다고 볼 필요는 없다. 음악과 화면이 만나는 지점은 각자의 현실을 대신 설명하기보다, 보이지 않던 힘을 상상하게 하는 감상의 통로로 남는다.
날아오르기 전에도 존재하는 빛
Butterfly의 응원은 높은 곳에 도착했다는 확인서보다 누군가를 바라보는 방식에 남는다. 세상이 알아보지 못하는 순간에도 그 사람의 빛을 먼저 말해주는 일, 그 말이 다시 움직일 힘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곡을 다 듣고 나면 나비는 혼자 변신을 끝낸 존재만을 뜻하지 않는다. 날개가 있다는 사실을 서로에게 알려주는 관계의 이미지도 겹친다. 러브홀릭스의 여러 목소리가 만드는 벅참은 비상의 장면뿐 아니라 그 장면을 기다려주는 사람들의 자리까지 함께 펼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