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음악·음반
이승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화면 밖의 음악가에게 내민 자리

노래방 번호
이승윤이 《싱어게인》에서 부른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를 이해하는 단서는 실제로 그가 쓴 곡 소개에 있다. 자신이 조명을 받은 것은 운이 좋은 일이며, 화면 밖에도 빛날 음악가가 많다는 이야기다. 산울림의 노래를 빌려 먼저 자리를 마련해두겠다는 뜻을 보탰다. 제목의 주단은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이미지에서 아직 무대에 오지 않은 동료를 맞는 이미지로 넓어진다.
이 출발점을 놓으면 커버를 원곡보다 세련되게 바꿨는지 평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진다. 앞선 음악가에게 받은 곡을 자기 무대에 놓고, 다시 다른 사람에게 길을 내는 관계가 생겼기 때문이다. 경연은 자신의 차이를 보여주는 자리지만 그 무대에서 건네는 말은 다른 음악가도 들어오라는 초대다. 곡의 오래된 환대가 새로운 수신자를 얻은 셈이다.
사랑의 말에서 동료의 자리로
원곡의 제목은 마음속에 아름다운 자리를 마련해 상대를 맞는 상상이다. 문을 열기 전에 이미 마음이 먼저 준비된 장면이다. 이승윤의 곡 소개는 그 언어를 지우지 않고 다른 관계에 포갠다. 선배의 노래가 자신에게 길이 되었다면 자기 무대도 누군가에게 그런 자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과거의 곡을 이용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 커버의 방향이 보인다.
자리를 내어준다는 말에 자신을 완전히 비우는 성인 같은 태도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는 다른 음악가가 등장하면 자기 개성이 덜 특별해질까 벌써 질투가 난다는 농담도 남겼다. 환대와 경쟁심이 한 문장 가까이에 있다. 경연자의 처지를 지워버리지 않기 때문에 그 초대는 더 구체적이다. 자신도 평가받는 사람인 채로 다른 사람을 부르는 것이다.
노래하는 사람과 곡을 다시 짠 사람
공식 크레디트에서 김창완은 작사·작곡자로, 이승윤은 편곡자로 구분된다. 이승윤은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기타와 피아노, 키보드, 베이스 등 여러 역할에도 이름을 올렸다. 조희원이 기타로, 지용희가 드럼으로 함께 참여했다. 한 목소리를 중심으로 기억하는 커버에도 그 목소리가 서 있을 공간을 만든 작업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목록을 모든 악기를 현장에서 혼자 연주했다는 뜻으로 바꾸면 안 된다. 발매된 음원의 제작과 눈앞의 공연은 서로 다른 정보를 갖는다. 크레디트가 보여주는 것은 그가 편곡과 연주 양쪽에서 자기 해석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익숙한 가사에 새 목소리를 얹는 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말이 놓일 주변까지 직접 손댄 커버로 읽을 수 있다.
산울림으로 돌아가게 하는 무대
이승윤이 원곡을 빌렸다고 스스로 밝힌 말에는 이전 음악에 기대고 있다는 인정이 있다. 커버를 새 가수의 능력만 보여주는 물건으로 두지 않는 태도다. 이 무대로 곡을 처음 안 청자는 산울림으로 돌아갈 수 있고, 원곡을 기억하는 청자는 같은 환대의 언어가 어디로 이동했는지 볼 수 있다. 두 감상은 어느 쪽이 우월한지 정하지 않아도 서로를 넓힌다.
제목의 주단 위에는 이제 원곡의 기다리는 사람과 경연의 가창자, 아직 화면 밖에 있는 음악가의 자리가 겹친다. 한 곡의 사랑이 다른 관계에서도 말을 건넬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이승윤의 무대를 다시 볼 때 남는 것은 누가 옛 노래를 이겼는지보다, 빌린 노래로 누구를 불러들이고 싶었는가라는 질문이다. 먼저 받은 자리에 다음 사람을 위한 공간을 조금 더 내어놓는 커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