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음악·음반
혜은이 「제3한강교」에서 청춘은 아직 건너는 중이다

노래방 번호
혜은이의 「제3한강교」는 사랑의 마음을 막연한 풍경에 두지 않고 사람들이 건너다니는 다리 위에 놓는다. 넓은 한강의 배경보다 먼저 떠올릴 것은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다. 제목에 실제 지명이 있어 특정한 도시를 생각하게 하지만 그 안의 청춘이 어디에 도착할지는 쉽게 정해지지 않는다. 경쾌한 흐름을 따라 들을 때 중요한 것은 목적지의 이름보다 계속 이동하는 마음이다. 익숙한 노래 속 설렘에도 아직 방향이 확실하지 않은 시간이 함께 들어 있다.
풍경보다 먼저 보이는 사람의 이동
다리는 머무르기보다 건너기 위한 장소에 가깝다. 만남과 헤어짐, 기다림과 떠남이 같은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래의 제목은 정지된 배경으로만 남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매일 지나가는 길이 다른 사람에게는 새 시간을 시작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다리를 청춘의 상징이라고 부르기에 앞서 그 위를 어떤 마음으로 움직이는지 생각하면 지명의 힘이 드러난다. 구체적인 장소가 있기에 추상적인 젊음의 찬가보다 몸을 움직이며 시간을 지나는 장면에 가까워진다.
도시의 길이 이어져 있다는 사실과 자신이 갈 방향을 안다는 사실은 다르다. 밖으로 나갈 수 있어도 마음은 여전히 정하지 못한 상태일 수 있다. 이 간격을 남겨두면 한강을 한 시대 전체의 정답처럼 해설하지 않고 개인의 바람이 놓이는 장소로 바라볼 수 있다. 같은 길에서도 서로 다른 만남과 선택이 생기는 것이다. 경쾌한 곡의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모든 사람이 같은 희망을 품었다고 단정하지 않을 때, 풍경 속에는 듣는 사람의 미정인 시간도 들어갈 자리가 생긴다.
경쾌함 속에 놓인 불확실한 시간
이 곡의 밝은 인상은 청춘을 멀리서 회상하게 하기보다 그 안에 잠시 들어가게 하는 힘으로 작동한다. 지나온 시절의 의미를 이해하기 전에 리듬이 몸을 움직이게 하기 때문이다. 혜은이의 목소리는 그 흐름 위에서 사랑과 이동을 가까운 말로 만든다. 익숙한 곡이라 무심히 흥얼거릴 때에도 다리를 건너는 장면을 떠올리면 활기는 기분의 색을 넘어선다. 지금의 자리에 머물고 싶지만은 않은 사람과 아직 다음 장소를 다 알지 못하는 사람이 같은 음악 안에 놓인다.
움직일 수 있다는 기대와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막막함은 함께 생길 수 있다. 젊다는 이유로 모든 순간이 가벼웠다고 정리하면 곡의 밝음도 단순한 장식이 된다. 오히려 미정인 시간이 있기에 경쾌한 리듬은 그곳을 지나갈 속도를 마련한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의 성공담과 다른 감각이다. 이 노래를 오래된 도시의 그림엽서로만 보지 않고 지금의 귀로 들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깥의 길이 열려 있다는 이미지와 그 길을 실제로 선택해야 하는 마음이 나란히 남는다.
같은 다리를 다른 기억으로 건너기
다시 같은 노래를 듣는 동안 도시도 청자도 이전과 같지는 않다. 익숙한 이름 아래 떠오르는 얼굴이 달라지면 다리를 건넌다는 행동에도 다른 무게가 붙는다. 목적지를 알고 돌아보는 귀와 아직 정하지 못한 채 듣는 귀가 한 곡을 만날 수 있다. 「제3한강교」는 그 차이를 정리해주기보다 리듬을 계속 이어가며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의 모습을 남긴다. 제목 속 다리는 그대로지만 그 위를 지나가는 시간은 매번 새롭다. 기억은 그 길을 다시 건너는 청자의 현재와 함께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