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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 음악·음반

back number ‘히로인’, 성시경의 후렴에서 다시 시작된 겨울

발행 2026-10-27 · 편집 갱신 2026-10-27 · CROSSWAVE EDITION

성시경의 ‘오니렌짱’ 출연을 거쳐 한국에서 다시 발견된 2015년의 노래. 짧은 화제 뒤에 남은 것은, 사랑 앞에서 자신 없어 하는 사람의 커다란 후렴이었다.

「히로인」 공식 MV 미리보기 · back number / UNIVERSAL MUSIC
「히로인」 공식 MV 미리보기 · back number / UNIVERSAL MUSIC ↗
ARTISTback numberWORKヒロイン · HeroineRELEASE2015-01-21

어떤 노래는 신곡으로 도착하지 않는다. 다른 가수의 목소리로 먼저 들리고, 짧은 영상에서 제목을 확인한 다음, 뒤늦게 원곡의 첫 소절로 돌아가게 한다. back number의 「ヒロイン(히로인)」이 한국의 더 많은 청자에게 다가온 과정도 그랬다. 성시경의 노래를 보러 들어갔다가, 백넘버의 노래를 끝까지 듣게 되는 식이다.

그 출발점을 정확히 짚으면 2025년 11월 30일이다. 성시경은 후지TV 예능 《치도리의 오니렌짱》의 ‘후렴만 노래방’에 출연했다. 음정을 지켜 연속으로 성공해야 하는 도전에서 아홉 번째 과제로 부른 「히로인」은, 원곡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곧바로 붙잡을 수 있는 입구가 됐다. 2026년 가을에 이 곡을 돌아보며 흥미로운 것은 방송의 승패보다 그다음이다. 왜 사람들은 그 짧은 후렴을 듣고 원곡까지 찾아갔을까?

숫자로 남은, 짧은 영상 다음의 움직임

반응은 영상 안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Billboard JAPAN은 2025년 12월 19일 발표한 ‘Japan Songs(한국)’에서 「히로인」이 전주 17위에서 2위로 올랐다고 전했다. 집계 기간은 12월 5일부터 11일까지다. 한국에서 소비되는 일본 노래를 대상으로 한 차트의 기록이며, 한국 전체 음원 종합 순위라는 뜻은 아니다.

이 기록은 ‘갑자기 유행했다’는 인상을 조금 구체적으로 만든다. 한국 가수가 일본 방송에서 일본 곡을 부르고, 그 장면이 한국의 청자를 원곡으로 데려왔다. 원곡의 일본어가 사라진 것도, 한국어 번안이 먼저 대히트한 것도 아니었다. 이미 익숙한 목소리가 낯설 수 있는 곡의 문턱을 낮췄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발견의 경로다.

2015년의 겨울이 아직 식지 않은 이유

「히로인」은 2015년 1월 21일 발매된 back number의 열한 번째 싱글이다. JR동일본 ‘JR SKISKI’ 광고에 쓰였고, 고바야시 다케시가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발매 당시부터 겨울의 풍경과 연결돼 있던 곡이다. 다만 계절감을 만드는 것은 눈이라는 소재만이 아니다. 추운 바깥 풍경과 누군가에게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 사이의 온도 차가 노래를 움직인다.

제목은 누군가를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세우지만, 노래하는 사람의 태도는 영웅적인 고백과 거리가 있다. 상대를 좋아하는 만큼 자기 자리를 확신하지 못한다. 그런 망설임이 후렴에 이르면 넓은 선율로 펼쳐진다. 마음은 조심스러운데 멜로디는 그 마음을 숨기기 어려울 만큼 커진다. 「히로인」을 오래 붙잡게 하는 것은 이 간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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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공식 MV · 전체 버전

back number 공식 아티스트 채널의 전체 MV.

back number / UNIVERSAL MUSIC · YouTube에서 보기 ↗

크게 부르는 노래 안에 남겨둔 서툶

후렴만 떼어 들으면 시원한 고음이 먼저 기억될 수 있다. 그러나 곡의 앞부분부터 따라가면 그 후렴은 훨씬 덜 당당하게 들린다. 사랑을 얻었다는 선언이라기보다, 차마 제대로 꺼내지 못한 마음이 잠깐 자기 크기를 되찾는 순간에 가깝다. 백넘버의 보컬 시미즈 이요리는 이 노래에서 잘 꾸민 연인의 역할보다, 그 역할을 해낼 자신이 없는 사람 쪽에 서 있다.

밴드 발라드의 넓은 그릇 안에 그런 작은 자신감을 넣은 선택이 좋다. 반주가 감정을 밀어 올려도 화자가 갑자기 완벽한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아름답게 들리는 사랑 노래와 어딘가 민망할 만큼 사적인 속마음이 함께 남는다. 후렴을 한 번 더 듣고 싶어지는 이유도, 그 소리의 크기와 사람이 느끼는 불안이 같은 방향으로 정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성시경이 열어준 입구, 원곡이 남기는 결

성시경의 출연은 이 후렴을 ‘누가 더 잘 부르는가’의 비교에 올려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비교만으로 듣기에는 아깝다. 익숙한 한국 가수의 발성과 일본어 노래가 만나는 장면은 곡을 처음 접하는 사람의 주의를 붙든다. 그다음 원곡으로 돌아오면, 같은 멜로디를 자기 말처럼 건네는 밴드 보컬의 존재가 다시 앞에 선다.

좋은 커버의 역할은 원곡을 지우는 데 있지 않다. 이미 있던 노래를 다른 귀로 듣게 하는 데 있다. 성시경의 후렴이 출발점이었다면, 백넘버의 전체 곡은 그 후렴 앞뒤에 어떤 망설임이 놓여 있었는지를 돌려준다. 한 번의 방송 장면과 한 곡의 감상은 여기서 서로 다른 길이의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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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밴드 라이브 · 한국어 자막 업로드

iyori3 채널 업로드. 공식 라이브 공개 영상과 구분됩니다. 자막은 업로더가 제공했습니다.

iyori3 · YouTube에서 보기 ↗

밴드와 어쿠스틱, 같은 후렴을 다르게 따라가기

함께 실은 첫 라이브는 백넘버의 밴드 무대를 담은 한국어 자막 업로드다. MV의 장면 대신 실제 연주자들이 한 공간에서 노래를 쌓아가는 모습을 따라갈 수 있다. 이어지는 어쿠스틱 라이브와 나란히 보면, 같은 선율에서도 반주가 만드는 넓이와 목소리에 집중하게 되는 정도가 달라진다.

노래를 듣는 순서로는 공식 MV를 먼저 본 뒤 밴드 라이브, 어쿠스틱 라이브로 넘어가는 편이 좋다. 이미 아는 후렴을 기다리기보다, 그 후렴에 닿기 전까지 노래가 어떻게 거리를 좁히는지 비교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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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어쿠스틱 라이브 · 팬 업로드

iyori3 채널의 어쿠스틱 라이브 업로드.

iyori3 · YouTube에서 보기 ↗

유행의 바깥에도 남을 노래

「히로인」이 한국에서 다시 발견된 데에는 분명한 계기가 있었다. 그렇다고 방송의 화제성이 노래의 매력을 전부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짧은 영상은 재생 버튼을 누르게 할 수 있지만, 네 분 남짓의 곡을 다시 듣게 하는 일은 곡 자신이 해야 한다.

이 노래는 사랑하는 사람 곁에 설 자신이 충분하지 않은 채로도 마음이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큰 후렴 안에 넣어둔다. 그래서 듣는 사람도 완벽한 고백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의 커버로 처음 만났든, 오래전 겨울부터 알고 있었든, 돌아갈 자리는 같다. 내 마음의 중심에 있는 사람 앞에서 나는 왜 이렇게 서툰가. 「히로인」은 그 서툶을 꽤 오래 노래할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