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음악·음반
신성우 「서시」, 떠나는 사람에게 남아 있겠다고 말하다

노래방 번호
신성우의 ‘서시’는 떠나는 친구를 부르면서 자신은 돌아볼 자리에 남겠다고 말한다. 함께 같은 길을 걷지 못해도 관계가 이어질 수 있는지 묻는 노래다. 여기서 사랑한다는 말은 연인 사이에만 놓이지 않는다. 함께 세상을 꿈꾸고 때로 다투었던 기억이 먼저 있어, 멀어지는 사람을 향한 약속에도 지나온 시간의 두께가 생긴다. 록 발라드의 큰 목소리를 따라갈 때에도 그 수신자는 여전히 구체적인 한 사람이다.
신성우 - '서시' | Shin Sung woo - 'Prologue' 【KBS 가요톱10
함께 걷는 대신 돌아볼 자리를 남기기
떠나는 사람에게 따라가겠다고 말하는 것과 돌아볼 수 있도록 남겠다고 말하는 것은 다르다. 전자는 같은 방향의 움직임이고 후자는 서로 다른 길을 인정한 뒤의 약속에 가깝다. 「서시」의 감정을 거리의 관점에서 읽으면 고백은 상대를 붙들어두는 말로만 들리지 않는다. 지쳐서 멈추는 날 바라볼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바람이 생긴다. 물론 노래의 약속이 실제 관계의 모든 시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같은 길 위에 있지 않은 사람에게 어떤 방식으로 가까이 남을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기다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처럼 보이지만 이 노래에서는 하나의 선택이 된다. 떠난 사람의 길을 대신 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자기 위치를 말하는 것이다. 다만 그 기다림을 무조건적인 희생으로 찬양할 필요는 없다. 곡 속 화자가 어떤 관계를 지키고 싶은지에 집중하는 편이 더 구체적이다. 서로의 미래를 완전히 아는 사람의 선언보다 멀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소리를 내어보는 다짐으로 들을 수 있다. 그 여지를 남겨두면 약속은 추상적인 영원보다 현재의 행동으로 가까워진다.
큰 소리로 펼쳐지는 기다림의 약속
신성우의 거친 음색은 그 다정한 말을 매끈하게 정리하지 않는다. 표현의 결이 남아 있어 다짐은 미리 완성된 문구보다 지금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처럼 들린다. 목소리가 커질 때에도 기다림이라는 주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성량을 곧 강인함의 증거로만 받아들이면 상대를 생각하는 조심스러움은 보이지 않는다. 큰 소리는 감정을 멀리 보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같은 자리에 있겠다는 약속이 거리 너머로 닿기를 바라는 인상으로 들을 때 보컬의 힘에도 방향이 생긴다.
친구와 나누었던 오해와 다툼이 있다는 점도 이 약속을 구체적으로 만든다. 처음부터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한 사람들의 선언이 아니다. 어긋났다가 다시 미소를 나누었던 시간이 있어 곁을 지키겠다는 말이 나온다. 그런 기억을 가진 채 떠나는 친구를 바라보면, 머무름은 과거를 그대로 복원하겠다는 뜻보다 달라진 거리에서도 관계를 이어볼 방법이 된다. 함께 움직이지 못해도 서로를 볼 자리는 남겨두려는 것이다.
서시라는 제목이 작별 뒤에 여는 시간
「서시」라는 제목은 헤어짐의 장면을 마지막 페이지로만 두지 않는다. 같은 길에서 벗어난 뒤에도 이어질 시간이 있다는 방향을 남긴다. 관계가 반드시 예전 형태로 돌아온다는 약속은 아니어도 함께 보낸 시간을 없던 일로 하지 않는 태도다. 다시 듣는 청자는 자신이 떠나온 자리나 남아 있던 얼굴을 다르게 떠올릴 수 있다. 노래의 큰 울림 뒤에 남는 것은 한결같음에 대한 선언만이 아니다. 누군가 멀리서 돌아볼 때 보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공간을 가진 구체적인 바람이 그 안에서 계속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