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음악·음반
박학기 「비타민」, 함께 부르는 일상의 활력

노래방 번호
박학기의 「비타민」은 사랑을 인생을 뒤집는 큰 사건보다 하루를 살아갈 기운에 비유한다. 너무 익숙해 지나칠 수 있는 제목이지만, 바로 그 일상성이 노래를 가깝게 만든다. 한 번의 대단한 증명보다 곁에 있는 사람이 계속 힘이 된다는 감각이다. 정연과 승연이 함께 참여한 목소리까지 들으면 고마움을 말하는 자리가 한 사람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어른이 아이에게 건네는 말과 아이가 어른에게 돌려주는 말이 같은 노래 안에 놓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큰 약속 대신 하루의 기운을 건네기
비타민은 특별한 날에 한 번만 필요한 물건이 아니다. 제목의 비유를 따라가면 사랑도 예외적인 순간을 위한 감정에서 매일의 생활을 받쳐주는 감각으로 옮겨간다. 그렇다고 상대가 자신의 삶을 전부 책임져야 한다는 뜻으로 넓힐 필요는 없다. 누군가를 떠올릴 때 조금 더 움직일 힘이 생긴다는 작은 경험에 가깝다. 이 소박한 크기를 유지하기에 고마움의 말은 부담스러운 찬양이 되지 않는다. 사랑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삶 전체를 과장할 필요가 없는 곡이다.
노래가 떠올리는 즐거움 역시 거창한 성공의 이미지와는 다르다. 함께 즐기는 먹거리와 놀이처럼 하루 안에서 만날 수 있는 감각이 중심에 온다. 이런 소재는 사랑을 설명하는 상징이면서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구체적인 시간이다. 상대가 좋다는 말을 여러 방식으로 바꾸어 반복하는 동안, 청자는 자신에게 기운을 주는 사소한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행복이 어떤 상태인지 정의하기보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들을 가까이 불러놓는 방식이다.
어른과 아이의 목소리가 함께 놓일 때
박학기와 두 딸 박정연·박승연의 참여는 이 생활의 크기를 소리로도 생각하게 한다. 어른과 아이가 같은 문장을 부르면 문장의 뜻은 같아도 듣는 사람이 상상하는 관계는 달라진다. 보호하는 사람과 보호받는 사람이라는 한 방향만 남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기운이 될 수 있는 관계가 열린다. 가족이 함께했다는 사실 자체에 감동을 맡길 필요는 없다. 세대가 다른 목소리들이 같은 노래를 공유할 때 고마움이라는 말의 방향이 넓어진다는 점이 더 흥미롭다.
밝고 다정한 노래에는 때로 지나치게 쉬운 위로라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비타민」의 언어는 모든 어려움을 해결하겠다고 나서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기운이 난다는 작은 말을 거듭한다. 그 제한된 약속이 오히려 곡의 장점이 된다. 듣는 사람의 오늘이 반드시 행복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보다, 그 하루 안에도 힘을 얻는 한 장면은 있을 수 있다는 제안이다. 담백하게 받아들일수록 제목은 효과를 증명하는 말보다 친근한 별명처럼 들린다.
되풀이해도 좋은 고마움
「비타민」을 가족의 노래로 듣는 것과 다른 가까운 사람에게 건네는 노래로 듣는 것은 함께 가능하다. 실제 참여의 배경은 분명하지만, 가사가 향할 수 있는 상대까지 하나로 제한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같은 문장을 누구에게 부르고 싶은지 생각하는 동안 노래는 각자의 생활로 들어온다. 마지막에 남는 것은 사랑이 모든 것을 바꾼다는 선언보다 그 사람이 있어 오늘이 조금 달라졌다는 고마움이다. 그렇게 작은 변화를 되풀이해 부를 수 있다는 점이 이 곡의 활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