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음악·음반
마일리 사이러스 7 Things — 미움의 목록 끝에 남는 사랑

노래방 번호
마일리 사이러스의 ‘7 Things’는 제목부터 마음을 정리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싫은 이유를 항목으로 세면 관계의 문제도 분명해지고, 그만큼 쉽게 돌아설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곡은 이 목록을 따라가면서도 감정을 깔끔하게 분류하지 못한다. 불만이 또렷해질수록 상대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사실이 함께 드러나기 때문이다. 노래의 생기는 분노를 표현하는 대담함뿐 아니라, 그 분노만으로 끝낼 수 없는 마음을 같은 목소리 안에 남겨두는 데서 나온다.
일곱 가지로 정리되지 않는 마음
목록을 만든다는 것은 감정에 잠시 질서를 부여하는 일이다. 막연히 괴롭다고 말하는 대신 무엇이 싫은지 하나씩 지목하면, 화자는 관계를 자기 언어로 설명할 수 있다. ‘7 Things’의 제목은 그 통제의 욕구를 간단하고 선명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노래 속 상대는 항목을 모두 지운 뒤 사라지는 대상이 되지 않는다. 싫은 점을 구체적으로 떠올리는 일 자체가 그 사람을 자세히 기억하는 일이기도 하다. 정리하려고 꺼낸 말이 오히려 관계를 다시 가까이 불러오는 역설이 생긴다.
후렴에서 불만이 나열될 때 리듬의 힘은 생각을 정돈하는 차분한 태도보다, 말을 멈추기 어려운 순간의 기세와 가깝다. 항목은 구분되어 있지만 감정은 하나씩 따로 처리되지 않고 이어서 쏟아진다. 사이러스의 힘 있는 보컬도 이 나열을 메마른 설명에서 끌어낸다. 상대의 잘못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문서라기보다 지금의 화를 견디기 위해 직접 말하는 장면이 된다. 감정이 명료한 문장으로 나왔다고 해서 그 마음까지 정리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 소리에서 드러난다.
불만을 밀어 올리는 후렴
곡이 품은 애정은 앞선 불만을 거짓말로 만들지 않는다. 싫어하는 마음과 여전히 좋아하는 마음이 동시에 있다는 것이 이 노래의 핵심적인 긴장이다. 둘 중 하나를 진심으로 정하고 나머지를 감출 필요가 없다. 그래서 감상의 초점을 실제 연애 상대가 누구였는지 추측하는 데 두면, 오히려 곡이 보여주는 복잡한 현재를 놓치기 쉽다. 특정인의 사생활을 아는 것보다 한 사람에게 느끼는 여러 감정이 어떻게 충돌하는지 듣는 일이 이 노래를 더 가까이 데려온다.
제목의 숫자는 분명한 경계를 약속하지만, 목소리는 그 경계를 자꾸 넘어간다. 미움의 목록이 완성되어도 관계에 대한 최종 판단은 쉽게 내려지지 않는다. 이 흔들림을 미숙함이라는 말로 빠르게 정리하면 노래가 지닌 솔직한 표정도 작아진다. 감정은 원래 이유의 개수만큼 움직이지 않으며,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이 같은 속도로 나아가지도 않는다. ‘7 Things’는 그 차이를 바로잡으려 들기보다 후렴의 에너지 안에 그대로 두고, 모순된 마음이 자신의 소리를 갖게 한다.
목록 밖으로 빠져나오는 한 사람
노래가 남기는 것은 상대를 미워해야 한다는 답도, 결국 사랑하니 모두 용서하라는 답도 아니다. 일곱 가지를 다 말한 뒤에도 남아 있는 사람과 마음이다. 그 여분 때문에 제목의 간단한 형식은 쉽게 닫히지 않는다. 따라 부르기 좋은 후렴의 힘은 여기서 감정을 단순하게 만드는 대신 서로 다른 감정을 함께 실어 나른다. ‘7 Things’를 다시 들으면 목록이 얼마나 정확한지보다, 그 목록으로도 다 설명되지 않는 목소리의 망설임과 기세가 더 오래 귀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