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음악·음반
데미안 라이스 The Blower’s Daughter,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마음

노래방 번호
데미안 라이스의 「The Blower’s Daughter」는 한 사람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마음을 오래 붙든다. 그 마음은 아름다운 사랑의 증거처럼 들리면서도 다른 곳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처럼 들릴 수 있다. 반복되는 말이 이 두 인상을 한쪽으로 정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목의 유래에 관한 사연을 알아내기 전에 목소리의 방향을 먼저 따라가면, 노래가 주는 친밀함과 불편함이 함께 드러난다. 누군가를 바라보는 일이 자신에게 어떤 힘이 되고 어떤 굴레가 되는지, 이 곡은 그 경계에서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데미안 라이스 (Damien Rice) - The Blower's Daughter 가사 번역 뮤직비디오
사연을 알기 전에 들리는 시선
대상을 계속 바라본다는 표현은 가까운 관계를 뜻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가까워졌다는 증거는 아니다. 시선은 한쪽에서 이어질 수 있고 상대의 마음은 끝내 확인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차이를 남겨 두면 노래의 간절함은 단순한 낭만보다 복잡해진다. 화자의 감정이 강하다는 사실과 두 사람이 같은 관계를 바라고 있다는 사실은 서로 다르다. 「The Blower’s Daughter」를 가수의 실제 연애를 설명하는 기록으로만 다루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품 속 목소리 자체에서 관계의 어긋남과 미완의 감정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계속 같은 말을 꺼내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확신하는 동시에 그 말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반복은 고백을 단단하게 만들지만 새로운 방향으로 가지 못하는 느낌도 만든다. 이 곡에서 말의 횟수만큼 감정이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 문장에 더 많은 무게가 실리며 그 문장 밖의 설명은 멀어진다. 청자는 무엇이 있었는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도 화자가 지금 어디에 붙잡혀 있는지 느낄 수 있다. 노래는 사건의 전말을 낱낱이 말하기보다 한 감정이 계속 되돌아오는 모양을 소리로 남긴다.
같은 말을 다시 부르는 두 마음
라이스의 목소리는 감정을 매끈하게 설명하는 해설보다 그 감정을 현재 겪고 있는 사람의 표현으로 들린다. 힘을 아끼는 순간과 감정이 커지는 순간이 함께 있기 때문에 절제는 무감정과 다르다. 작은 표현에도 이미 큰 마음이 들어 있었고, 고조는 그 마음이 바깥으로 드러나는 과정처럼 읽힌다. 이 흐름을 목소리의 세기만으로 나누면 곡이 오래 붙드는 긴장을 놓치기 쉽다. 소리가 커진 뒤에도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상태가 남는다는 점, 표현의 크기가 달라져도 관계가 곧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영화 「클로저」와의 연결을 떠올리면 이 노래의 긴장에 다른 장면들이 겹칠 수 있다. 다만 영화의 인물과 곡의 화자를 완전히 같은 사람으로 볼 필요는 없다. 영화는 노래를 듣는 하나의 맥락이고 노래는 그 밖에서도 반복과 목소리로 관계의 복잡함을 만든다. 시선이 깊다고 이해도 깊은 것은 아니며, 누군가를 원한다고 그 사람을 온전히 아는 것도 아니다. 이런 간극을 함께 두면 「The Blower’s Daughter」의 애절함은 순수한 사랑의 찬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가까워지려는 마음이 아직 닿지 못한 부분까지 들리게 한다.
고조 뒤에도 남는 미완의 관계
마지막에 남는 목소리는 감정을 모두 정리해 놓은 사람의 회고와 다르다. 여전히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고 그 시선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라이스가 반복에 싣는 힘은 그 미완의 상태를 감추지 않는 데 있다. 노래를 들으며 아름다움과 답답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다면 두 감정 가운데 하나를 지울 필요도 없다. 「The Blower’s Daughter」는 그 사이를 오래 들여다보게 한다. 상대를 향한 깊은 시선이 동시에 자신을 묶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고조가 지나간 뒤에도 조용히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