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음악·음반
YOASOBI ‘群青’, 좋아한다고 말한 다음의 시간

노래방 번호
좋아하는 것을 찾았다는 말은 보통 이야기의 결말처럼 들린다. YOASOBI의 ‘群青’은 그 말 뒤에 남은 시간을 생각하게 한다.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을 알았다고 자신의 실력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선명해진 뒤에야 남과의 차이가 더 크게 보일 수도 있다. 이 노래의 밝음에는 바로 그 불편한 출발이 함께 놓인다.
야마구치 츠바사의 만화 《블루 피리어드》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곡이라는 사실이 이 감정을 구체적으로 만든다. 미술과 자기표현을 향해 들어가는 이야기에서 색은 성격을 멋있게 부르는 비유만이 아니다. 무언가를 보고 선택하고 손으로 표현해야 하는 사람의 재료다. 제목의 군청색을 바라보면 꿈이라는 큰 단어가 실제 작업 앞의 사람에게 가까워진다.
보고 있는 것과 그릴 수 있는 것 사이
무언가를 분명하게 느끼는 일과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게 만드는 일 사이에는 간격이 있다. 처음으로 좋아한다고 인정한 사람도 바로 그 간격 앞에 설 수 있다. 이때 부족함을 느끼는 것은 마음이 거짓이라는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표현하고 싶은 것이 생겼기 때문에 아직 되지 않는 것이 더 잘 보이는 상태일 수 있다.
‘群青’을 창작의 노래로 듣는 즐거움은 그 간격을 성급하게 영웅의 성장담으로 바꾸지 않는 데 있다. 새로운 색을 골랐다고 작업이 저절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어떤 선택은 마음에 들지 않고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노래에 자기 경험을 놓는다면 거창한 성취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인정한 뒤 처음 부딪힌 어려움을 떠올려볼 수 있다.
자기 목소리를 찾는 노래에 들어온 합창
Ayase가 만들고 ikura가 부르는 곡에는 ぷらそにか의 목소리도 참여한다. 자기만의 표현을 찾는 이야기에 여럿이 함께 부르는 소리가 들어온다는 점이 흥미롭다. 개인의 선택을 말한다고 모든 소리가 한 사람에게만 속해야 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행동이 다른 사람의 존재를 지우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음악의 인원 구성에서도 생각하게 한다.
합창이 고민의 답을 대신 내주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만들지, 무엇을 좋아한다고 말할지는 여전히 각자의 몫이다. 다만 한 목소리 주변에 다른 목소리들이 놓이면 혼자 고른 길과 혼자 견뎌야 하는 길을 구분해볼 수 있다. 누구도 작업을 대신해주지 못하지만 그 선택을 함께 바라볼 수는 있다. 곡의 격려는 그 정도의 가까움에서도 충분히 힘을 얻는다.
완성된 자신 대신 다음 작업을 남기기
이 곡은 알포트 미니 초콜릿 광고와 《블루 피리어드》의 만남에서 출발했다. 짧은 영상에서 접한 청색의 인상도 노래 전체에서는 더 긴 시간이 된다. 자신의 감각을 알아보고, 그 감각을 표현하려 애쓰고, 다시 부족함을 느끼는 과정이 하나의 완성된 이미지 뒤로 사라지지 않는다. 좋아하는 마음은 출발의 이유이면서 이후의 어려움까지 더 절실하게 만드는 조건이다.
다 듣고 난 뒤 꼭 자신감이 완성될 필요는 없다. 아직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이나 써지지 않는 문장이 있어도 다시 손을 대볼 수 있다면 노래는 현재의 일과 만난 셈이다. ‘群青’의 색은 다 만들어진 자신을 소개하는 표지보다 다음에 무엇을 해볼지 고르는 사람에게 가까이 있다. 여러 목소리가 지나간 뒤에도 그 한 사람의 손은 자기 자리에 남는다.
음원·제작 정보
YOASOBI · 群青 공식 작품 안내 ↗ · YOASOBI · 群青 Official Music Video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