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음악·음반
YB 「흰수염고래」, 혼자 버티는 힘과 함께 가는 힘

노래방 번호
YB의 「흰수염고래」가 건네는 위로는 멀리서 괜찮을 것이라고 말하는 방식보다 곁에서 함께 가겠다는 약속에 가깝다. 넓은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과, 지친 사람을 향하는 목소리 사이에서 힘의 의미가 달라진다. 혼자 견디는 능력만으로 강함을 설명하지 않는 노래다. 지친 사람에게 더 강해지라고 요구하는 대신 힘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바꿔 생각하게 한다. 넓은 풍경을 배경으로 목소리가 가까워질 때, 혼자 버티는 모습보다 누군가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장면이 중심에 놓인다.
거대한 생명체의 이름을 빌려왔다고 곡을 자연에 대한 교훈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 고래의 이미지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더 넓은 공간으로 옮기는 역할을 한다. 좁아진 시야 안에서 자신의 실패만 바라보던 감상에 다른 크기의 풍경이 들어온다. 어려움이 사라져서 시야가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풍경을 떠올리는 동안 어려움만 보이던 시야에 틈이 생긴다. 제목이 주는 크기는 개인의 고통을 축소하는 척도보다, 잠시 숨을 고를 공간에 가깝게 다가온다.
[2021 MBC 가요대제전] YB - 흰수염고래 (YB - Blue whale), MBC 211231 방송
좁은 자리에서 넓은 곳을 상상하기
지친 사람에게는 앞으로 가라는 말조차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노래를 움직임의 명령으로만 듣기보다 지금 있는 곳이 전부는 아니라는 시야의 제안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더 넓은 공간을 떠올리는 일이 곧바로 그곳에 도착하라는 요구는 아니다. 지금의 자리에서 곧바로 일어나지 못해도 더 넓은 곳이 있다는 생각은 가질 수 있다. 바다의 이미지를 그런 거리에서 받아들이면, 노래의 격려는 빨리 회복해야 한다는 또 다른 과제가 되지 않는다.
바다라는 이미지는 그래서 목적지인 동시에 마음의 크기로 읽힌다.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작다고 무시하는 대신, 그 어려움만으로 삶 전체를 채우지 않을 가능성을 남긴다. 노래의 풍경이 사람에게 닿는 방식이다. 끝없이 넓어 보이는 풍경 안에서도 한 사람의 어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선이 그 문제에만 붙들려 있지 않을 가능성이 생긴다. 큰 풍경과 작은 목소리가 함께 놓일 때 곡의 위로는 그 간격에서 작동한다.
강한 목소리가 향하는 쪽
윤도현의 보컬은 감정이 커지는 부분에서 힘을 더한다. 그러나 그 힘은 듣는 사람을 몰아붙이는 쪽보다 혼자가 아니라고 전하는 쪽으로 향한다. 같은 성량도 어떤 말을 누구에게 건네는지에 따라 압박과 지지의 차이를 만든다. 강한 소리가 앞에서 끌어당기는 힘이 될지 곁에서 받치는 힘이 될지는 말의 방향에 달려 있다. 윤도현의 보컬을 동행의 언어와 함께 들으면, 고조는 상대를 재촉하는 대신 함께 감당할 무게를 넓히는 듯하다.
반주의 흐름을 따라 목소리가 넓어질 때 개인의 독백이 여럿을 향하는 말로 바뀌는 인상을 받는다. 혼자 이어폰으로 듣는 노래이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인 이유도 그 방향에 있다. 위로의 내용과 목소리가 도달하는 공간이 연결된다. 소리가 커질 때 청자를 작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같은 말 안으로 불러들이는 인상이 중요하다. 개인에게 건넨 격려가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곡의 확대는 관계의 확대이기도 하다.
함께 가자는 말의 책임
함께하겠다는 말은 힘든 상황을 대신 해결해주겠다는 약속과 다르다. 상대가 힘들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관계를 마련하는 일에 가깝다. 이 곡의 격려를 그런 관계의 언어로 들으면 막연한 낙관보다 구체적인 태도가 된다. 곁에 있겠다는 말은 상대가 당장 나아지지 않아도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들을 때 이 노래의 동행에는 밝은 미래뿐 아니라 아직 지친 현재도 포함되어, 격려가 조건 없는 관계의 모양을 얻는다.
「흰수염고래」는 모든 상처가 사라진 바다를 보장하지 않는다. 다만 그쪽으로 향하는 사람이 혼자라고 느끼지 않도록 목소리를 보낸다. 큰 존재의 이미지를 거쳐 도착하는 것은 한 사람에게 건네는 가까운 말이다. 멀리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면서도 귀에 닿는 것은 지금 곁에 있다는 말이다. 풍경의 크기와 말의 가까움이 함께 남기 때문에, 곡은 어려움을 작게 만들지 않고 그 어려움을 혼자만의 것으로 두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